[잠깐묵상] “경계에서 중요한 것은 발의 위치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역대상 26장
“이상은 다 문지기의 반장으로서 그 형제처럼 직임을 얻어 여호와의 성전에서 섬기는 자들이라”(대상 26:12)
문은 언제나 경계에 존재합니다. 내부와 외부를 구분짓는 경계의 어느 지점에 문이 있습니다. 아무리 넓은 문이라도 닫혀 있으면 경계의 이쪽과 저쪽은 철저하게 단절되고, 아무리 좁은 문이라도 열려 있으면 그 문을 통해 이쪽과 저쪽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입문入門이라 하고, 같은 집의 출입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가문家門이라 합니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거나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사람을 동문同門이라합니다. 무언가를 지나가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관문關門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문은 단순한 물리적 출입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전에는 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마다 문지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전으로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을 막고, 들어가도 되는 것을 검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로 치면 출입국본부의 직원인 셈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성전의 거룩함을 유지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레위지파의 일부에게만 그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이 북방 민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벽을 쌓았는데, 북방 민족은 문지기를 매수해서 만리장성을 쉽게 넘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문지기란 그런 것입니다. 문지기가 곧 문이고, 문지기가 곧 벽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스스로를 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양의 문이라”(요 10:7) 구원의 문, 천국문에 대한 상징적 표현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마 23:13)
우리는 천국의 문지기로 부름받은 사람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의 경계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경계에 서있기 때문에 한 발은 이쪽에, 다른 한 발은 저쪽에 딛고 있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발의 위치가 아니라 나의 태도입니다. 문지기 하나 때문에 근처에 얼씬도 하고 싶지 않은 문이 될 수도 있고 좁은 문이지만 들어가고 싶은 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