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인데…
출애굽기 6장
“모세가 여호와 앞에 아뢰어 이르되 이스라엘 자손도 내 말을 듣지 아니하였거든 바로가 어찌 들으리이까 나는 입이 둔한 자니이다”(출 6:12)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에 원수지간이 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미움이 눈녹듯 사라지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말입니다. 말이 가진 힘과 영향력을 무시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모세도 이것을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라오 앞에 서기가 더 두려웠을 겁니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파라오를 설득하기는커녕 자신의 말실수 때문에 도리어 일을 크게 그르칠까봐 걱정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본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자니이다”(출 4:10)
“나는 입이 둔한 자니이다”(출 6:12)
“나는 입이 둔한 자이오니 바로가 어찌 나의 말을 들으리이까”(출 6:30)
모세의 이런 걱정은 타당해 보입니다. 파라오 앞에서 어버버했다가 일을 그르치면 안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파라오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하는 중대한 일에 왜 입이 둔한 모세를 세우셨을까요?
파라오는 애시당초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말 잘하면 될 일, 조리있게 설득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파라오는 사람이 죽어나가야 마음을 고쳐먹을까 말까 한 사람입니다. 말로 해서는 안되는 사람입니다. 파라오를 설득하는데 언변 능력은 없어도 되는 능력치였기에 하나님은 모세를 부르신 것입니다.
나도 모세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인데 꼭 있어야 한다며 그거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나야말로 말이 잘 안통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이 그토록 말씀하시는데 못 알아들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