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활활 타오르는 의욕이 한풀 꺾이기까지
출애굽기 4장
“모세가 이르되 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출 4:13)
하나님의 부르심에 모세는 다섯 번째 거절을 하는 중입니다. 그런 모세가 답답하셨는지 하나님은 화도 내시고 기적을 보여주기도 하시고 돕는 이를 붙여주기도 하십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선뜻 순종하지 못합니다.
즉각 순종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세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이끌어야 할 사람이 장정만 60만명입니다. 여자와 아이까지 하면 200만명입니다. 게다가 싸워야 할 상대는 이집트의 파라오였습니다. 지난 40년간 광야에서 양이나 치며 지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무기력한 노인이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모세는 분명하게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리더십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하기 싫다고 계속 빼기만 하고, 말주변도 없는 노인에게 하나님은 왜 그 일을 맡기려고 하셨을까요?
어쩌면 모세가 못한다고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모세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주제 파악에 관해서는 100점입니다.
만약 모세가 의욕에 불타서 하나님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기가 하겠다고 덤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사실은 그래서 40년 전에 모세가 광야로 쫓겨났던 것입니다. 본인이 해보겠다고 돌을 들고 덤볐다가 말입니다.
하나님은 자신감과 의욕에 불타오르는 사람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자신감과 의욕 가지고 절대로 못할 일이 하나님의 일이고, 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나중에 ‘다 내가 한 거’라며 자기가 하나님 노릇을 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르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베드로는 어떻게 했습니까? 십자가 앞에서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하고 맹세하고 저주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자신감과 의욕의 민낯입니다.
즉각적으로 순종하는 태도는 귀한 것이지만, 순종의 근거가 내 자신감이라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내 안에 활활 타오르는 의욕이 한풀 꺾이기까지 하나님은 기다리십니다.
자신은 없지만 그 일을 나에게 맡기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YES라고 대답하는 것이 진정한 순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