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송종환 ‘북한과의 협상 실패: 진실과 해법’
외교관이자 학자인 저자의 대북협상과 통일 해법 ‘혜안’
[아시아엔=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예비역 준장] “일생을 통하여 국가안보에 헌신하셨던 분이 기록을 남기는 것은 소중한 자산이다.”
919군사합의를 파기하려는 정치적 언사가 남북 상호간에 날을 세웠다. 북한은 남조선이라는 호칭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로 불렀다. 그것이 주적임을 부각시키는 의도로 했지만 남조선보다 우리를 인정하는 묘한 언사이다. 북한은 동족국가이면서 붕괴의 대상으로 항상 도발을 먼저 감행하는 어깃장을 놓는데 마음이 상한 국민들도 많다.
남북문제 관련 남북협상 업무에 종사하고 연구했던 전문가인 학자가 피로써 한자한자 새긴 기록을 접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하면서 한 우물 파기가 우리 여건에서는 쉽지 않다. 남북관계를 실무 행정관에서 대사직에 이르기까지, 1998년 김대중정부가 들어서자 공직을 떠나 강단에서 대관세찰하면서 국익을 위해 노심초사한 기록과 주장은 그 자체로 귀중한 자료집이다.
사실 남북회담 협상도 중요하지만 송종환 대사가 걸어온 행적을 보면서 두 가지 면에서 더 놀랐다. 하나는 6.25전쟁에 대한 호칭 정립을 한 분이라는 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최초기획자였다는 사실이다. 6.25전쟁에 대한 명칭을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이것을 정리한 분이 누구였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최초주창자였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파키스탄 대사 시절 파키스탄의 핵개발 관련 구체적인 추적, 자료를 소개했다는 면에서 그 직위가 적임자였음을 느끼게 된다. 1970년대 초반 남북대화 시작 당시는 실무를 담당했고 70년대 중후반 박정희대통령 비서실에서 외교통일 행정관을 지낸 저자만의 생생한 경험과 평가가 담겨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나라가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는 외교관의 애국심이 녹아있다. 남북한 간에 679회의 회담과 268개의 합의서와 공동보도문이 있기까지 외교안보 일선에서 일한 소중한 경험이 담겨있다. 북한은 1992년부터 2012년까지 핵폐기 협상에서 7차례의 핵폐기 합의문서를 작성하고 채택하였으나, 종국에는 핵을 개발하여 미국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세가 불리하면 대화에 응하고 합의를 했다가 적반하장으로 상대를 비난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합의문을 파기하는 행태를 되풀이하여 왔다. 그러한 과정과 북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밝힌 송종환 대사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이고 국익우선주의자다.
저자는 북한과의 합의사항들이 이행되지 않은 이유로 Δ남북한간 통일정책에 대한 기본입장의 대립 Δ민족개념에 대한 다른 인식 Δ평화에 대한 상반된 인식 Δ비핵화에 대한 타협할 수 없는 개념의 충돌 Δ협상에 대한 상반된 개념 때문으로 본다. 요약하면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 문제와 비핵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들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첫째, 남북관계가 실타래처럼 꼬인 배경을 명징하게 밝혀 정리한 책이 많지 않은데 대관세찰하였다. 외교관은 국익을 위해 거짓말도 해야하는 정직한 사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송종환 대사는 진실과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
둘째, 50년 남북대화의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송대사는 본인의 남북대화 업무가 50년 허송세월이라고 한탄했지만 이것을 기록으로 정리한 일만 해도 큰 업적이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상기술과 노회함 그리고 교활함을 여지없이 노정하였다.
셋째, 정리를 통하여 실패원인 규명과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꼬인 것은 북한 공산집단의 잔머리에 휘둘린 위정자들의 욕심 때문이지, 실무를 담당했던 분들의 과오는 결코 아니다. 하여 너무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넷째, 핵문제 해결과 통일에 대비한 실질적인 방략을 담고 있다. 송 대사는 협상결렬이 실패가 아닌가 하고 자문하지만 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협상의 위기와 논의과정을 사실감있게 기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다섯째, 북한핵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북한 간 대화와 협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하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한 문재인정부의 후안무치를 질타하면서 공직자로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어디까지나 한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임을 강조하였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구현하는 당사국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과 북한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자유민주통일에 대한 확고한 가치를 인식하고 북한핵 위협에 대하여 대책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였다. 앞으로 남북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교관이자 학자인 저자는 대북협상과 통일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우리가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군사력을 가져야 하고 종북세력도 척결해야 한다. 국민의 경제적 편차도 해결해야 하며 주변국에도 한국통일의 유리한 점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핵이 없으면 항복하거나 초토화 될 뿐인데 미국에게 우리도 핵을 개발하겠다고 주장하여야 통일을 할 수 있으며 남북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인다.”
이른바 “한국이 핵 자강을 해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강단의 학자들은 애매모호한 주장을 하는데 비해 확실히 혜안을 밝혔다. 외교안보 일선에서 실무를 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소신이다. 이 책이 그런 면에서 국민의 상무정신을 일깨우는 지침서가 될 것이 틀림없다. 북한핵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