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 칼럼] 중국 축구가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
중국 축구가 14억명이나 되는 인구에 걸맞지 않게 밑바닥을 기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많은 분석이 있다. 그 가운데 타당성이 상당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듯하다.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 개인 종목은 세계에서 둘째 가라하면 서러울 정도로 제패를 하는데 왜 유독 축구에서는 죽을 쑤는 것인가에 대하여 원인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미 있을 것 같다. KBS ‘세계는 지금’에서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루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소원이 월드컵대회에 출전하고, 월드컵을 개최하며, 나아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축구대표팀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부분 탈락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 밥은 안 먹어도 축구경기는 보았다던 등소평도 중국팀이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다고 한다. 중국대표팀은 역시 이에 응답하지 못했다.
중국대륙이 국공내전 후 공산화되자 당시 중국의 대표선수들이 대만으로 건너가 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다. 또 축구에서 계속 성적을 못 내자 1958년 축구대표팀을 아예 해산해 버렸다. 1967년 전국대회도 문화대혁명으로 리그가 중단되어 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약체팀만 골라 종주국 노릇하려 했던 중국 축구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중국은 국제축구연맹(피파)에서도 탈퇴했다가, 1979년 재가입할 정도로 다시 관심을 쏟아 왔다.
14억 넘는 인구에 다른 나라 기준이라면 세계 수준의 선수가 몇 명은 나올 법한데, 중국 선수 중에 세계 수준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은 중국이 아이를 적게 낳게 되면서 소황제처럼 키우다 보니 개인주의에 젖어 조직력과 협동심을 중시하는 운동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면도 있다.
좋은 선수는 개인기를 바탕으로 조직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술·담배를 끊지 않고 자기 임의대로 행동하는 습성이 팀워크를 이루지 못하고 체력 유지도 안 되고 있다. 축구선수들의 평균 체지방 지수가 9.5% 정도인데, 중국선수들은 12%를 능가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안 되어 있다.
또 하나는 중국 국내 프로축구단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기 때문에 굳이 유럽진출이나 세계리그에 나가야 할 정도의 동기유발이 안 된다는 것이다. 2020년 중국 장쑤 쑤닝팀에 적을 두었던 브라질의 알렉스 테세이라 선수 영입에 673억원, 오스카 타티 마리투 선수한테는 800억원을 지불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데도 정작 중국 출신 선수는 발굴되지 않고 있다.
중국선수들이 한마디로 ‘헝그리 정신’이나 악착같은 면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또 선수 충원을 위한 유소년축구팀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유소년축구학교를 다니려면 연간 3500만원 정도 드는데 경제적 여유와 열정을 겸비한 부모가 독한 마음을 먹고 선수양성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20년 4월에는 2조원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 건설도, 부동산 부실로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헝다그룹의 투자도 무산되었다.
대부분 축구계는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때문에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선수선발을 하기 위하여 외국인 감독이나 코치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의 청소년 및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리톄는 뇌물을 바치고 감독이 되었으며, 실력이 안 되는 선수들을 특정 에이전시의 돈을 받고 국가대표로 뽑아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중국 축구계의 선수 선발과 관리가 객관적으로 되지 못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부 감독은 상대감독을 매수하고 뇌물로 승부를 조작하는 일도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소수민족인 위구르족과 조선족 연변축구팀에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한족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세르비아 출신 알렉산드르 얀코비치는 2022년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았는데 이러한 바탕 위에서는 선수발굴과 공정한 게임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2월초 막을 내린 2024아시안컵에서 중국은 타지키스탄과 레바논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우승팀 카타르에 0-1로 져 예선탈락했다.
세계축구계는 중국 축구의 약세를 ‘세계 최대의 미스터리’라고 말할 정도이다. 축구에 관심 많은 지도부에 보여주기 위한 축구를 한 결과라는 등 중국 특유의 관시문화에 의한 부정부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든다. 하지만 필자는 신체적인 요인도 있을 것으로 본다. 즉 수백년 동안 내려온 중국 여성들의 전족 문화가 아들의 신체적 특성에 유전돼 중국 남성들의 발재간을 묶어버린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런 가설도 중국 여자축구가 선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부족하긴 하다. 이웃 나라 중국 축구가 국력에 걸맞은 기량을 갖춰 한-중, 또는 한-중-일 정기전이 열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북한도 함께 하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