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러시아, 넌 도대체 누구냐?’…현역장교의 비밀노트

<러시아 넌 도대체 누구냐?> 표지

[아시아엔=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제1기갑여단장 역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진행 중인 가운데 러시아 유학을 한 현역 장교가 러시아군의 진면목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했다.

정정현 중령(육사 60기)이 러시아 군과 러시아 군 문화에 관한 흥미로운 <러시아, 넌 도대체 누구냐?>를 펴냈다. 정정현 중령은 엠게우로 불리는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3년을 공부했고 러시아 연방군제병협동대학(오브세보이스카바야 아카데미야 수호푸트니 보이스크 이메니 프룬제) 2년을 수료했다. 그는 제병협동대학을 수료하면서 전과목 올 A를 받아 금메달을 수상하여 제병협동대학 명예의 전당 우등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미국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보고 서구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이해하는데 익숙해 있다. 그래서 세계 제2차대전사도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고 독일 나치를 물리친 동부전선보다 엘 알라메인 전투를 더 높이 친다. 그것은 공산권 국가였던 소련 시절의 폐쇄성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지만 영미 학자들이 노르망디상륙작전과 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한 독일의 로멜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였고 미국의 자본이 들어간 유럽 서부전선 관련 영화를 더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생긴 편향된 시각이었다.

유학생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러시아를 바라본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장은 전쟁과 러시아로, 제국 러시아가 넓은 영토를 어떻게 확장 유지해 왔는지를 설파하고 있다. 2장에서는 러시아가 장교단과 군인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전문가로 양성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떻게 군생활을 해 왔는지 러시아 군교육 제도와 특성 그리고 장군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밝혀 놓았다. 특히 러시아 장군들이 어떤 수준의 사람들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에서 뭇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고전하는 원인과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망가진 원인을 세르듀코프 국방개혁에서 찾고 있다. 소련 붕괴 후 첫 민간 국방장관으로 기용된 그는 국방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지만 과도한 비용절감에 치중한 나머지 지휘시스템 개혁실패, 사단과 군단을 없애버리고 여단으로의 편제개혁, 과도한 장교단 인원감축, 교육기관 통합개편, 군수지원 분야에서의 군수지원체제를 아웃소싱화하여 전장에서 전투 효율성을 망가트렸다고 진단한다.

특히 3장에서는 특별군사작전이 의미하는 숨겨진 의미와 러우전쟁의 종전 조건에 대하여 설파하고 있다. 그는 러우전쟁의 종결 조건을 PMESII 기법을 적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핵심을 잘 간파하고 있다고 필자는 본다. 많은 국내 언론들이 서방의 보도와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바람에 우리는 러시아를 왜곡하여 인식해, 푸틴을 악마화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균형된 시각을 갖도록 여러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정정현 저자는 탁월한 러시아어 실력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 고위 장군들을 안내하고 통역을 하면서 러시아 장군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관찰한다. 또 박학다식과 진중함 그리고 무기와 장비 전문가로서의 그들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러시아 군과 러시아 문화를 소개하고 설명하지만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에 대하여 다영역작전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정 중령이 제병협동대학(과거 프룬제 보병참모대학, 말리노프스키 기갑참모대학과 브이스트렐 제병협동 전투훈련장을 통합)에서 논문지도를 받았던 알렉산드르 흐무토프 교수가 러시아 군사상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고 그가 그토록 유명한 사람인 줄을 뒤늦게 발견하고 지도교수가 러시아가 다영역작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할 사항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다영역작전 개념을 이해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보다 심도 깊은 대응 전략과 교리 개발 측면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본다.

이 책은 아울러 북한군 이해를 하기 위한 분석 수단으로서의 러시아 연구 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군사외교와 협력을 통해 통일 이후의 한반도 안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귀중한 참고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책을 손에 쥐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러시아군을 심도깊게 분석한 본서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기울어진 시각이 아닌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여러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지만 러시아군 교육의 구술평가 제도의 특징과 전차 3종경기 시합의 특이함과 기계화 군 전기경연대회 소개, 그리고 진급식의 독특한 문화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특히 독소전쟁의 일등공신으로 보드카가 어떻게 효능을 발휘했는지에 관한 부분은 6.25 한국전쟁시 중공군이나 북한군 공격시 술냄새가 확 풍겼다는 부분과 오버랩 되었다. 독소전쟁시 스탈린이 러시아군의 공격작전 때 보드카를 100그램씩 지급하여 돌격시켰다는 부분은 현실적인 전투 준비 품목으로 고려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공격의 치열도는 군기, 사기, 조국 수호의 사명감과 독일에 대한 적개심도 있었지만 엄청난 추위 속에서 적진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드카가 전투 필수품으로 자리하게 된 배경이 특히 흥미롭다.

이런 내용은 교리에서 언급되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적에 대한 두려움,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떨쳐버리는데 보드카만큼 긴요한 물품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러시아 남성들의 단명 원인이 되었고 소련이 붕괴될 때 어느 인터넷 회사가 붕괴 시점을 예측하게 만든 하나의 지표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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