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생각하는 군인-열린 생각과 그 적들’

생각하는 군인-열린 생각과 그 적들


전계청 육군종합행정학교장(기록물관리학 박사) 역저
“우리가 눈을 떠야만 비로소 새벽이 찾아온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을 쓴 이래 한국군 장군 중에서 전쟁과 전장에서 일어나는 실상에 대하여 본질적이면서 철학적인 문제를 다룬 귀한 책이 나왔다. 육군종합행정학교장 전계청 장군(기록물관리학 박사)이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후배들을 위해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담은 군 관련 독본을 펴냈다.

전계청 장군은 평소에도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꼼꼼하게 정리하는 문자 그대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장군으로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는 그동안 읽어온 책의 핵심 내용을 독서카드로 정리해 왔는데 과연 기록학 박사는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었다. 독후감 정리 노트만 보아도 책의 요지와 전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분류정리한 바 있다.

책의 부제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수많은 책을 독서한 에센스를 도출하고 현실에 자기의 생각을 덧붙여 평가한 책이다. 서론과 결론을 빼고 35개의 주제를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착안하여 열린 생각과 그 적들로 부제를 정했는데 아마도 간부들에게 폐쇄적 사고에 머무르지 말라는 당부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이 책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정신으로 업무를 항상 찾아서 하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를 그대로 담고 있다. 대상이 사관생도들과 후보생 즉 군 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인원을 대상으로 썼다고 했으나 독서량이 적거나 배경을 잘 모르면 어려운 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저자의 비판적 사고와 문제의식에서 근원적인 문제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철학에서부터 정신전력, 지휘책임, 전쟁과 종교의 문제 그리고 전쟁과 과학기술 임무형 지휘 등 다루는 스펙트럼이 대단히 포괄적이면서도 다양하다. 그는 전쟁의 정당성과 전쟁에서의 정당성을 다루는 18장에서 군인은 정당한 전쟁에서 정당한 전쟁행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웨스터민스터사원에 2차대전 당시 전사한 전투기사령부 소속의 조종사들을 기념하는 명판이 부착되어 있는데 폭격기 조종사들을 기념하는 명판은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민간인을 폭격하는 전쟁은 이유를 막론하고 정당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왜 처칠이 1940년 8월 20일 영국 본토 항공전 승리 이후 영국 왕립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노고를 치하 하면서 전폭기 조종사를 언급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당시 처칠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연설을 했다. “인류 투쟁의 영역에서 이토록 많은 인원이 이토록 적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큰 빚을 진 적은 결코 없었다.( Never in the Field of Human Conflict was so much owed by so many to so few.)” 아마도 헌정하는 말을 이렇게 간명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처칠은 연설과 회고록만으로도 충분히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전계청 장군은 전쟁에서 우리 군의 간부들이 부딪히게 될 문제에 대하여 하나씩 짚어가면서 묻고 있다. 전쟁에서 보복의 문제, 예방전쟁과 선제공격의 정당성 문제, 정신력과 사기의 문제와 그 영향력 그리고 장교에게 있어서 지휘책임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전쟁범죄의 책임 등 전쟁법에 대한 적 살상과 민간인 살상의 책임에 대하여 종합행정학교장답게 여러 가지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전 장군은 평소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군생활을 한 장군이었다. 단적인 예로 세미나를 할 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입다물고 있을 때 문제가 있는 부분은 예리하게 지적하고 또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다. 전 장군은 상급부대에서 시키기 전에 주도적으로 업무를 찾아서 하고 발전을 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며 보람을 스스로 찾는 군인 중의 군인이었다. 그러한 경험과 소신이 오롯이 책 속에 녹아 있다.

그는 1차대전 직후 관념적이고 철학적 사변이 뛰어났던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에게 넘어간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승전국 연합군이 패전국 독일에게 가한 과도한 압력에 시달리던 독일 중산층의 가학적이면서 피학적인 심리를 나치즘이 잘 파고 들었는데 이는 자유가 근대인에게 독립성과 합리성을 가져다주는 한편 개인을 고립시키면서 불안하고 무력한 존재로 만들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은 특정 권위에 의존하여 안정을 찾고자 복종의 길을 선택하였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군인들의 사유를 풍부하게 하고 또 정예 간부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길잡이가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전역을 앞두고 걸어온 길에 대한 정리일 수도 있고 또 우리군이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 그리고 전문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라는 당부일 수도 있다. 군에 도움이 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의미심장하게 잘 지적했다고 생각된다.

충무공이 매일 활을 쏘는 연습을 했듯이 그는 휘하의 전 간부들로 하여금 매월 사격을 하도록 했고 전 학교 교관들이 연구 논문을 의무적으로 제출케 하고 우수자에게 포상를 한다고 했다. 그는 누가 지시하기 전에 임무형 지휘를 실천한 지휘관으로 생각된다. 후방에 있는 행정학교라 할지라도 항재전장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태양은 새벽의 큰 샛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눈을 떠야만 비로소 새벽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이 책으로 군인들이 눈을 뜨게 하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마무리 했다.

생각하는 군인-열린 생각과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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