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 영화 ‘천국의 아이들’

영화 <천국의 아이들> 포스터

아홉 살 소년 알리는 두 살 아래 여동생인 자라의 신발을 수선하러 갔다가 길에서 신발을 잃어버린다. 알리와 자라는 알리의 신발 한 켤레를 둘이서 번갈아 신으며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학교에 다닌다.

어느 날 자라는 자기 신발을 신은 소녀를 발견하고 오빠와 함께 신발을 찾으러 소녀를 따라갔다가,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함께 몹시 가난하게 사는 소녀의 집안 형편을 알고는 차마 신발 돌려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그냥 돌아선다.​

알리는 어린이마라톤대회에서 3등에게 운동화를 상품으로 준다는 소식을 듣고 대회 참가를 결심한다. “오빠가 꼭 3등을 해서 새 운동화 타다 줄께.” 알리의 말에 동생은 뛸 듯이 좋아한다. “오빠 꼭 3등 해야 돼. 다른 거 하면 안 돼.”

알리는 1등이 아니라 3등을 목표로 달린다. 그런데 앞선 선수들이 점점 뒤쳐지면서 뜻밖에 알리가 1등으로 골인하게 된다. 친구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는데 알리의 표정은 어둡기만하다. 1등 상품인 운동복을 받아든 알리는 3등 선수의 손에 들린 운동화를 힐끔거리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몬트리올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다. 잔잔하지만 강렬한 충격을 던지는 이 영화는 이란에서 제작됐다. 오일 달러가 넘쳐나는 산유국(産油國)의 그늘진 곳에서 힘겹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빈민계층의 현실은 분노와 증오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불평등과 부조리의 현장이다.

그 지옥 같은 가난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이 분노와 증오 대신 사랑과 평화의 숨결로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만들어간다. 문득 예수의 말씀이 떠오른다. “천국은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복음 19:14)

​자라의 신발을 가져간 소녀가 자기네보다 더 어려운 집 아이라는 것을 알고 말없이 돌아서는 어린 오누이의 모습은 그대로 천사의 모습이다. 가진 것 없어도 베풀 줄 아는 고운 마음씨가 눈물겹도록 아름다워 슬프기까지 하다.

3등을 향한 알리의 전력 질주는 1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표피적이고 경박한 삶을 엄숙히 꾸짖는다.

3포·5포 세대의 절망감이 ‘헬 조선’이라는 은어(隱語)까지 만들어낼 만큼 젊은이들의 분노가 치솟는 시절, 그 절망과 분노를 치유하는 것은 힘 있는 어른들의 손이 아니다.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천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어린아이들의 순결한 영혼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비밀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에게는 나타내신다”고 말씀했다(마태복음 11:25).

우리 삶 속에 천국을 이뤄가는 길… 그것은 마음 가난한, 저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을 닮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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