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한국 김용재-우즈벡 마지도프 시인, 국경·세대 뛰어넘는 ‘아름다운 동행’

김용재(79) 국제펜 한국 이사장 “작품 출간, 양국 작가 교류, 번역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자”

우즈벡 마지도프(47) 작가동맹 부회장 “한글문학의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 확장에 도움 될 것”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14일 저녁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후 <아시아엔>은 단독으로 이번 행사 대회장인 김용재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과 주빈국 대표로 참석한 마지도프 가이랏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 수석부회장의 대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이날 대담 요지다.

개막식에 앞서 14일 오후 김용재 이사장과 마지도프 가이랏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 부회장이 대담 진행을 위해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용재 이사장(이하 김) : 만나서 반갑다.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에 대해 소개해 달라.

마지도프 부회장(이하 M) : 회원 수는 1,200명 가량이다. ‘세계의문학(ahon adabiyoti)’, ‘청년(Yoshlik)’ 등 문학잡지 5종과 문학신문을 발간하고 있다. 매년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국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고, 작고 문인들의 문학유산 수집과 ‘우즈베키스탄 문학전집’ 발간, ‘세계아동문학’ 전집 발간 등도 맡고 있다. 또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 및 아제르바이잔 등 CIS 국가들과 교류협력을 체결하고 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다양한 문학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2022)에는 ‘터키 문학 걸작선’ 100권을 출판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은 1914년 창립됐다. 내년이면 창립 90주년이다. 국제펜 한국본부도 내년이 창립 70주년이라고 들었다. 축하한다.

김 : 고맙다.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의 창립 90주년을 축하한다. 알다시피 국제펜은 1921년 영국에서 창립됐다. 한국은 1954년에 가입해 오랫동안 해외의 많은 작가들과 교류해 왔다. 1970년(제37차)과 1988년(제52차), 2012년(제78차)에는 국제펜 총회를 유치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국제펜 한국본부는 <펜문학>이란 이름으로 격월간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고, 지역위원회와 함께하는 문학기행이며,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시문학기행, 서울역사문학기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국내 및 해외동포 문학 활동의 확산과 보급을 위해 노력 중이며, PEN문학상과 PEN해외작가상, PEN문학활동상, PEN송운현원영시조문학상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도 여러 장르의 문학강좌와 세미나 등 여러 사업들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해오고 있는 ‘세계한글작가대회’가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올해가 벌써 9년째인데, 내년이면 국제PEN 한국본부 창립 70주년과 함께 ‘세계한글작가대회’도 10주년을 맞게 된다.

김용재 이사장은 이날 대담에서 내년도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 90주년 행사에 참석해서 고려인 작가들과 만나고 양국 간 문학교류에 대한 여러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M : 가능하다면 내년 70주년 행사 때 다시 오고 싶다. 시간이 되신다면 내년도 우리 작가동맹 90주년 행사에 초청하고 싶으니 와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앞으로 양국 간 작가교류가 활발해지면 좋겠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국제펜 한국본부에서 추천하는 한국작가 10명과 우리 작가동맹이 추천하는 우즈벡 작가 10명의 책을 각각 양국에서 번역, 출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그런 형식으로라도 양국 간 문학교류가 이루어지면 한글문학의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 좋은 생각이다. 적극 검토해보겠다. 이번에 여러분들께서 이렇게 찾아주셨으니 내년 봄쯤에는 나와 우리 작가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할 생각이다. 그곳에 가서 고려인 작가들도 만나보고 싶고, 또 여러분들과 작품 출간 문제며 작가 교류 프로그램 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다. 또 번역 지원 사업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본다. 번역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마침 한류 영향으로 우리 한글을 배우려는 분위기가 전 세계에 퍼져가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소식이라 매우 기쁘다. 그들 젊은이들이 장차 양국 문학교류에 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에 30년째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허선행 세종학당장도 초청했으니 그분과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나도 시인이라 궁금한데, 우리 마지도프 선생께서는 어떻게 해서 시인의 길을 걷게 되셨는가?

M : 부모님이 문학을 매우 좋아하시는 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는 큰 서재가 있었다. 웬만한 도서관만큼 책들이 가득했다. 부모님은 항상 새 책으로 이 도서관을 풍성하게 만드셨다. 청소년기 시절부터 거기서 나는 많은 책들을 읽었다. 고려인 작가들의 책도 많이 읽었다. 그것이 나를 시인의 길로 이끌었다. 시인은 사람들에게 미덕과 순수함을 일깨워 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맑고 따뜻하게 연결시켜 주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시인인 게 늘 자랑스럽다. 나는 대학교 졸업반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출판사인 가푸르 굴람(Gafur Gulyam)에서 첫 시집을 낸 이후 지금까지 10권의 시집을 냈다. 그중 몇 권은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돼 출판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 역시 번역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나는 1976년생이다. 여기 오기 전에 이사장님 프로필을 보니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75년에 등단하셨던데, 대선배님께 ‘시란 과연 무엇인가’, 한 말씀 듣고 싶다.

대담을 마치고 이번 행사 취재차 방한한 ‘우즈베키스탄 24’ 국영방송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용재 이사장.

김 : (웃음)나는 오랫동안 영문과 교수로 일했다. 학부 전공도 영문학이었다. 그렇다 보니 일찍부터 영국과 미국 문학을 접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인의 길을 걸어오며 그동안 시집 12권과 내가 직접 번역해서 출간한 영역 영문시집 5권과 기념시집이며 산문집 등 지난 50년 동안 40여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러면서 나도 평생을 ‘시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난 2018년에 내가 이사장으로 있던 한국현대시인협회에서 ‘시의 날’ 행사를 주관하며 ‘시의 날 선언문’을 관심 있게 살펴본 적이 있다. 기억나는 대로 얘기하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둠에는 빛을, 끊어짐에는 이어짐을 있게 하는 슬기를 얻는다. 우리 겨레가 맑고 깨끗한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그러한 시심을 끊임없이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 시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 덕분에 앞으로 고려인 작가들과 오랫동안 끊어졌던 인연을 새로 잇게 될 것 같다. 전쟁으로 얼룩진 어둠에 세계 평화의 빛을 주는 역할도 우리 시인들이 해나가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휴전선으로 막힌 그 혈관을 열어 주셔야 할 분들 역시 세계 문인들과 시인들이다. 나는 그 절절한 분단의 아픔을 몇 년 전 《더하기와 지우기》라는 시집을 통해 노래한 바 있는데, 그 시집 서문에 나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동시대인으로 살면서 시인으로서 나는 무슨 시를 썼는가, 생각해보았다. 40여년 굵게 자란 시심의 뿌리가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문제 그것이었다’고 쓴 바 있다.

M : 좋음 말씀 감사드린다. 다시 한 번 이번 행사에 초대해 줘서 기쁜 마음이다. 여러 문학특강과 다양한 주제의 문학포럼을 잘 듣고 돌아가겠다. 무엇보다도 한국문학을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 행복하다.

김 : 고맙다. 부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돌아가서도 우리 한글문학을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라시아의 많은 나라들까지 널리 알려주면 감사하겠다.

김용재 이사장과 박신영 국제펜 한국본부 광주위원회 이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우즈베키스탄 방문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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