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글작가대회 한-우즈벡 작가 “‘문학의 힘’ 재확인 기뻐”

대담 중인 이은선 작가(왼쪽)와 포질 파르호드 작가.

‘문학의 힘’…우즈벡서 2년간 한국어 가르친 한국 작가와 두번째 방한 우즈벡 작가와의 만남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맺어 준 문학적 우정으로 황폐화된 ‘아랄해 비극’ 전 세계에 알리자”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18일 막을 내렸다. 우즈베키스탄을 주빈국으로 초대한 가운데 국제펜한국본부(이사장 김용재)가 광주에서 개최했던 이번 행사는 김홍신, 현기영, 한강 작가의 문학특강과 ‘한글문학의 세계 확장성’ 등 다양한 주제의 문학 포럼, 광주청년작가 포럼, 용아 박용철 생가 탐방 등 여러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화해 문단 안팎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아시아엔>은 폐막식 직후 포질 파르호드(38 ? Fozil Farhod) 우즈베키스탄 소설가와 이은선(40) 한국 소설가의 대담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문학적인 연대와 작품 활동으로 지구촌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두 사람의 의지를 확인했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은선 소설가는 2006년~2007년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바 있고, 포질 파르호드 작가는 우즈벡 작가동맹 홍보위원장으로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음은 이날 대담 요지다. 

이은선(이하 ‘이’) : 행사가 마침내 끝났다. 이번 행사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포질 파르호드(이하 포질) : 정말 대단한 행사였다. 500명도 넘는 한국작가들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돼 행복했다. 우리 일행을 초청해 준 국제펜 한국본부에 감사드린다.

이 : 우리 두 사람은 우즈베키스탄 문학과 한국문학을 주제로 했던 문학포럼 제1세션에서 나란히 주제발표를 했다. 포질 작가님이 발표했던 우즈벡 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많은 공부가 됐다.

문학포럼 주제발제를 하는 이은선 소설가

포질 : 나는 이은선 작가님이 발표한 ‘문학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 아랄해를 중심으로’라는 발제문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한국작가가 우즈베키스탄 아랄해의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발표까지 했다는 걸 처음 알게 되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아랄해 문제를 다룬 <발치카 No 9>(문학과지성사)는 어떻게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 : 2006년 코이카 국제봉사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엘 가게 됐다. 떠나기 전에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여러 자료를 조사하다 아랄해 문제를 알게 됐다. 잘못된 치수 정책으로 1960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70%쯤(68,000㎢) 됐던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아랄해가 10%만 남고 다 말라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그런데 더 놀란 건 그 말라버린 바다가 사막화되고, 그로 인한 염분 모래바람이 또 다른 환경재앙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즈벡엘 가면 아랄해를 찾아 그걸 소재로 반드시 작품을 쓰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포질 : 아시다시피 이번 행사 개막식에서 우리 우즈벡 여성 두 사람이 ‘그리움’이란 시를 낭송했다. 그 시 역시 아랄해의 아픔을 노래한 우리나라 국민 시다.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도 아랄해의 아픔을 소설과 시로 자주 묘사한다. 국경을 초월해서 이렇게 여러 나라 작가들이 아랄해 문제를 다뤄 준다면 언젠가는 아랄해의 비극도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포럼 주제발제를 하는 포질 파르호드 소설가.

이 : 맞는 말이다. 문학의 힘은 그런 것이다. 포질 작가님은 소설집 2권을 출판한 걸로 들었다. 어떤 책들인가?

포질 : 2015년 단편소설 7편을 모아 발표한 첫 책은 <마크툽>(Мактуб ? 편지)이라는 단편집이었다. 기계화 시대에서 갈수록 메말라 가는 사람들의 정을 소재로 쓴 작품들이다. 그리고 2019년에 펴낸 두 번째 소설집은 <쿠클람 쿠이>(Куклам куйи ? 봄의 멜로디)라는 작품인데, 단편소설 9편과 중편소설 1편을 담아냈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삶의 희망을 소재로 쓴 작품들이다. 지금은 2019년 신동엽문학관의 초청으로 한국에 다녀간 느낌을 주제로 장편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이번에 광주 행사 내용까지 추가해서 개작하려고 한다.

이 : 나는 한국작가로서 우즈베키스탄을 소개했다. 아마 그래서 이번에 주빈국인 우즈베키스탄을 주제로 한 문학세션에 초청된 것 같다. 포질 작가님은 다음 작품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독자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하실 것 같다. 기대가 크다.

포질 : 이은선 작가님의 <발치카 No 9> 소설집을 우즈베크어로 번역해서 출판하는 일을 추진할 생각이다. 우리 우즈벡 독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최근에 불가리아에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일 때문이었나?

이은선 소설가의 <발치카 No 9> 작품집 표지(좌)와 포질 파르호드 작가의 작품집 2권 표지(우)

이 : 불가리아 소피아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한국 분이신 김소영 교수님의 추천으로 2023년 1학기 동안 <발치카 No 9>를 현지어로 번역해서 공부했다고 한다. 그 수업 과정의 일환으로 작가초청 특강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가게 됐다. 학생들에게 내 작품을 소개하며 아랄해 환경 문제를 강조했는데, 그 학생들도 많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말하자면 한국과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을 아우르는 문학수업이 된 것 같아 작가로서 행복했다.

포질 :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다. 내 소설집도 언젠가는 한국에서 번역 출판돼 한국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특히 이번에 돌아가서 한국을 소재로 쓰게 될 소설작품이 한국에서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년 내년은 우즈벡 작가동맹 창립 90주년이다. 또 국제펜 한국본부 창립 70주년이다. 이런 기념비적인 해를 맞아 양국 작가들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 같다. 그때 이은선 작가님도 꼭 우즈벡에 오시면 좋겠다.

이 :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기분으로 꼭 갈 생각이다. 그때 가서 포질 작가님의 새 작품집도 받아보고 싶다.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내년에 다시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남은 일정 잘 소화하고 행복하게 귀국하시기 바란다.

포질 : 감사하다. 끝으로, 이런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 분이 있다. 내가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 준 최희영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최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 2019년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를 출간하신 직후 나를 신동엽문학관에 추천해 준 사람도 그분이었고, 이번에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주빈국으로 우즈베키스탄을 강력히 추천한 분도 최희영 작가님이다.

이 : 맞는 말씀이다. 최희영 작가님은 지난 6년 동안 여러 일로 우즈베키스탄을 25차례나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작가님이 있기에 이렇듯 양국 문학교류도 급물살을 타는 것 같다. 나 역시 최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이다. 또 개막식에서 ‘그리움’이란 시를 낭독해 주고, 이번 행사 내내 통역과 번역을 도와 준 우즈벡 쌍둥이 자매 포티마(Fotima) 씨와 주흐라(Zuhra) 씨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희영 작가(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10월 우즈벡 작가동맹을 방문해서 현지 작가들과 촬영한 기념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왼쪽 첫 번째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포질 파르호드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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