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주여,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내가 교만한 줄 아는 것이 겸손이고 내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림은 밀레의 ‘만종’

누가복음 18장

“두 사람이 기도하려고 성전에 올라갔는데 하나는 바리새파 사람이었고 또 하나는 세무원이었다. 바리새파 사람은 따로 서서 `하나님,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사기꾼도 아니고 정직하지 못하거나 간음하는 사람도 아니며 또 이 세무원과도 같지 않음을 감사합니다. 나는 일 주일에 두 번씩 금식하며 모든 수입의 십일조를 바치고 있습니다.’ 하고 기도했으나 세무원은 멀리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하나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눅 18:10-13)

죄인의 특징은 자신이 의로운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의로움에는 비교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적어도 이 사람보다는 더 의롭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저 정도의 의로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보다 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무시하고, 나보다 의롭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존경하고 따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보다 의롭지 못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자기 의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 의롭다고 생각하는 그 경지에 올라가면 나보다 덜 의로운 사람들을 내려다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아직 의롭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을 ‘겸손’이라고 착각합니다. 아직 꽃피우지 못한 교만인데 말입니다.

덜 의롭다 여기는 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그것도 자기 의입니다.

예수님은 세리를 의롭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의로움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의롭지도 않고 의로워질 수도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상태입니다. 내가 교만한 줄 아는 것이 겸손이고 내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것이 진실함이듯 내가 의로움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죄인임을 시인하는 태도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롭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여전히 죄인이지만 의롭다고 여겨주실 뿐입니다.

오늘도 의로워지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은혜와 긍휼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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