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보여주면 믿을까?
누가복음 11장
“무리가 모였을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이 세대는 악한 세대라 표적을 구하되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나니”(눅 11:29)
인간에게는 오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입니다. 이 중에 인간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감각은 시각입니다.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인간의 시각 의존도는 80%를 넘는다고 합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분쟁을 잠재우는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 블랙박스나 CCTV 영상입니다. 사람은 눈으로 확인하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존재입니다. 법정에 제출하는 증거물들 중에 가장 권위 있는 증거물이 영상이기도 합니다. 즉,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곧 믿을만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기들은 엄마가 눈에 안 보이면 엄마가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웁니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각을 통해 형성된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눈으로 본다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인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인지적 감각 기능을 넘어서 우리에게 믿음을 제공합니다. 신앙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지 않습니까? “보여주면 믿겠다” 인류 공통의 신앙고백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표적을 보여주면 믿겠다는 사람들, 그들 앞에서 작은 기적 하나 보여주는 것, 예수님께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주님은 그 쉬운 것을 하지 않으십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이라는 말이 있긴 합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런데 백 번 말해도 안 듣는 사람에게 한 번 보여준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들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백 번 보여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너희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막 8:18)
보게 되면 믿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믿으면 비로소 보게 되는 것이 영적인 원리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들음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