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선악을 판단하는 권한

“누가복음 4장 1, 2절의 표현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을 수가 있습니까? 성령이시라면 마귀를 피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성령께서 마치 사전에 마귀와 협의한 것처럼 마귀에게 예수님을 인계하는 장면은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본문 가운데)


누가복음 4장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눅 4:1-2)

성도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사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삽니다. 내 계획과 내 뜻과 내 예상대로 인생이 풀리는 것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이 더 선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꺾이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는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과연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고 계시는지 의심이 들곤 합니다.

누가복음 4장 1, 2절의 표현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을 수가 있습니까? 성령이시라면 마귀를 피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성령께서 마치 사전에 마귀와 협의한 것처럼 마귀에게 예수님을 인계하는 장면은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여호와 앞에 섰고 사탄도 그들 가운데에 온지라”(욥 1:6)

욥기의 이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마귀를 막아서며 욥을 보호하셔도 모자랄 판에 하나님은 욥의 인생을 마귀의 손에 넘기십니다.

어쩌면 선과 악의 구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만, 언뜻 보기에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선과 악이 작동하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인간이 너무 작습니다. 겉보기와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기에는 선악의 구조가 생각보다 더 다층적이고 복합적입니다.

하나님은 선악을 판단하는 권한을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한길 사람 속을 모르는 인간이,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이, 100년도 못사는 인간이 판단하는 일이 정확하면 얼마나 정확하겠습니까? 단지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것을 해석할 뿐입니다. 모든 것을 나 중심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옳습니다. 이것이 선악과 먹어서 인간이 얻은 죽음입니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쓰임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잠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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