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내 영혼은 무슨 옷을 입고 있을까?
마가복음 10장
“맹인이 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오거늘”(막 10:50)
맹인 바디매오가 예수님께 나아갈 때 겉옷을 내다버립니다. 이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우리는 맹인의 겉옷을 그에게 남은 마지막 재산과 같은 경제적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지만, 유대인들에게 겉옷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쉐마를 낭독할 때 항상 겉옷을 입었습니다. 이 겉옷에는 율법을 상징하는 무늬가 수놓아져 있고 옷 끝단에는 찌지트라고 불리는 술이 달려 있습니다. 즉, 이 겉옷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물입니다. 이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뜻이고, 이 옷을 입지 않은 이방인들과 격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에게 겉옷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종교적 신념이었고 민족적 우월감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거지라도 겉옷은 있었습니다. 유대인으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디매오가 예수님께 나아갈 때 이 겉옷을 내다버린 것입니다. ‘의사 가운 벗는다’, ‘군복 벗는다’, ‘법복 벗는다’ 등의 표현을 생각하면 훨씬 피부에 와닿습니다.
바디매오는 유대인 옷을 벗은 것입니다. 율법주의를 벗고, 종교성을 벗어던진 것입니다. 본질을 발견하자 그에게는 더이상 껍데기가 소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낡은 율법의 옷을 벗고 이제 그리스도로 옷 입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종말 설교를 하시면서 “겉옷을 가지러 뒤로 돌이키지 말지어다”(막 13:16)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겉옷은 챙기는 유대인들입니다. 그런 유대인들에게 껍데기와 허례허식을 챙기다가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나는 무엇을 걸치고, 무엇을 입고 사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면서 여전히 벗지 못한 겉옷의 옷깃을 조심스레 여미고 있지 않나 돌아봅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엡 4: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