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절체절명의 위기 민주당···돈봉투 파문, 회복불능의 타격 올 수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소식에 가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은 현재진행형이다. 돈봉투 파문은 잠깐 시끄럽다가 다른 이슈가 터지면 사라져버릴 단발성 악재가 아니다. 자칫 섣부르게 대응하면 더불어민주당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신임 박광온 원내대표는 “모든 의원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돈봉투 피문의 한복판에 서있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시민의 마음이 풀리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미화하거나 ‘잘 했다’고 추어올릴 일이 아니다.
자진 탈당이라지만 누가 봐도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택한 탈당이다.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탈당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 부패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치적 검찰수사 대응이 무소속보다는 거대야당 소속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정치적 고려가 시민에게는 구차해 보여 여론이 나빠지고 말았다.
민주당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이재명 대표 수사로 신경이 곤두선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공작으로 간주했다. 미국의 대통령실 불법도청 스캔들을 덮으려는 기획수사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라 잘 믿어지지 않는다”는 이 대표의 첫 반응은 적절치 못했다.
‘이정근 휴대전화 녹음파일’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시민들도 언론 보도를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바로 사과했지만 이미 헛발질한 뒤였다. “사실도 아니고” “모르는 일”이라며 “이정근의 개인 일탈”로 선을 긋다가 탈당하고 뒤늦게 귀국한 송영길 전 대표의 반응도 한 박자 늦었다.
이재명 대표의 사과, 송영길 전 대표의 탈당과 귀국, 두 의원의 탈당 모두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줄어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송 전 대표가 ‘나를 구속하라’며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도 어설픈 연극처럼 보였다. 조사를 거부당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전작성한 입장문을 읽은 것도 바람직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기 바란다”면 자진출두 이전에 기자회견을 했어야 한다. 아니면 자진출두가 무산된 뒤 (입장문을 정리할) 시간이 지난 뒤 검찰청사가 아닌 곳에서 밝혔어야 한다. 뻔히 조사받지 못할 걸 알면서 자진출두하고, 검찰청사에서 퇴짜를 맞고, 청사 밖에서 입장문을 읽는 건 ‘보여주기 이벤트’로 비친다.
돈봉투 파문 대응에 대한 기자 질문에 국민의힘 부패 문제를 되묻는 이재명 대표의 대응은 치졸해 보일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 부패를 문제 삼는다고 돈봉투 파문이 가라앉는 건 아니다. 민주당 부패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 민주당이 돈봉투 파문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진정성 있는 대응밖에 없다.
국민의힘 부패를 민주당은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한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도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민주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돈봉투 의혹의 진상을 스스로 밝혀내는 것이다. 돈봉투와 관련돼 이름이 오르내린 의원들이 열 명이 넘는다. 당에서 빠르게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돈봉투 명단이 정확한지 아닌지도 아직 모르고, 이들이 모두 탈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당도 의원들도 부패정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민주당이 진상규명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관련자들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검찰 수사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아울러 쇄신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