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Think Twice’…”UAE의 적은 이란” 윤대통령 발언의 교훈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아크부대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Think Twice로 순방성과 스스로 까먹지 않길”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에 또 사고를 쳤습니다. 아랍에미리트틀 방문한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란 외교부는 바로 반발했습니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관계에 대해 무지한 발언으로 외교적 타당성을 결여했다”는 겁니다. 이란 외교부는 해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발언은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돼 있는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형제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칫 아랍에미리트에 주둔한 한국군 아크부대가 이란을 겨누고 있다고 들릴 수도 있는 비외교적 언사입니다.

아랍에미리트를 형제국가라고 지칭한 건 아크가 아랍어로 ‘형제’라는 뜻이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와 가까워진 계기는 2009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사업을 수주하면서부터입니다. 원전수출을 계기로 정부는 2010년에 원전 수주를 발표한 12월 27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습니다. 바로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총 발전용량 5600㎿)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전력이 2012년 7월에 착공했고, 1호기가 2020년 2월 완공돼 지금 가동 중에 있습니다.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가 세운 중동 지역 첫 원자력발전소입니다.

원전사업 수주 직후 아랍에미리트가 한국군 파병을 요청했습니다. 국회 동의절차를 밟아 2011년 1월 아크부대가 파병됐습니다. 150여 명의 특수전 요원으로 구성된 아크부대는 초기에는 오만과의 접경 지역에 주둔하다가 2016년부터는 수도 아부다비 부근(스웨이한)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두 나라 관계가 매우 좋아졌습니다.

원전 수출과 아크부대 파병 이후 한-아랍에미리트의 교류 협력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깊어졌습니다. 두 나라 사이가 좋아졌고, 또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고, 우리나라 장병들 앞이니까 한 발언이겠지만 이란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이라는 발언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식으로는 해명되지 않습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관계가 껄끄러운 건 사실입니다. 아랍권의 전통적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으로 두 나라는 2016년 대사 소환까지 하는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했다가 끊임없는 관계개선 노력으로 6년 만인 지난해에야 대사를 다시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당사국이 아닌 한국 대통령이 두 나라 사이를 적으로 단정한 건 경솔했습니다.

외교적 언사는 거칠어서는 안 됩니다. 전쟁 중이라면 모르되 단호하거나 강경한 표현을 피하려고 합니다. 오죽하면 “외교관의 예스(yes)는 예스(yes)가 아니다” “노(no)라는 말을 하는 외교관은 외교관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합의가 깨졌다”고 하지 않고 “의견이 같지 않다는데 합의했다”라거나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한-이란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있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는 데서 보듯이 두 나라 사이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석유수출대금 70억달러(8조6600억원) 지급문제로 두 나라 사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우리나라가 돈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아랍에미리트에 주고 싶었을 겁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이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무역 상대이기도 한 이란을 끌어들인 건 순방성과를 가리는 실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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