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사면초가 이재명 대표가 택할 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습니다. 가장 큰 노래소리는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 대표를 괴롭혔던 ‘대장동 문제’ 등 사법 리스크입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 처리되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자동적으로 기각되었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불구속상태에서 ‘판사 앞에 설’ 뿐이지 혐의가 없어진 건 아닙니다.
대통령실에서 흘린 것처럼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반대보다 찬성이 더 많았고, 민주당 안에서 적어도 서른 명 이상의 반대표가 나왔습니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다면 다시 부결될 거라고 자신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백현동 문제 등 다른 혐의도 아직 살아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또 다른 노래소리는 민주당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선 경선 때부터 시작해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당 대표 출마를 줄곧 반대했던 이른바 ‘비명계’의 대표 사퇴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해영 의원은 “이재명 같은 인물이 당 대표여서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 “이재명 방탄으로 민주당의 명(命)이 다할”거라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여론도 이재명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들을 보면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큰 차이는 아니지만 ‘잘했다’는 응답보다 ‘잘못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도 ‘물러날 필요 없다’는 응답보다 많았습니다. 구속영장 재청구와 체포동의안 재상정, 기소와 재판이 이어지면 여론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재명 퇴진의 노래소리가 더 커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첫 번째 비서실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인은 정치인 출신이 아닌 직업공무원 출신입니다. 이 대표 성남시장 시절 인연을 맺은 성남시 공무원인데, 주변에서는 입을 모아 ‘좋은 공무원’이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는 ‘검찰 강압수사’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명계도 사망 원인이 검찰의 가혹한 수사라 비판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관련된 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므로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에둘러 말하고 있지만 물러나라는 요구입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강훈식 의원 지적처럼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는 건 “당내 신뢰의 위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노웅래 기동민 이수진 의원 등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투망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 묶여있는 이 대표가 민주당을 제대로 지휘해 공안정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가 떨어지는데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도 당내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 때문일 겁니다. 민주당내 친명-비명 다툼에 시민이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을 국민의힘 또는 윤 대통령 대안으로 보지 않는 시민이 늘어난 건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반명계는 이 대표 개인의 위기가 당의 위기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이 대표 퇴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친명계는 정치검찰을 동원한 윤석열 검찰정부의 정치보복이라며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이 하나로 뭉쳐서 위기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면초가에 놓인 이 대표의 앞길은 어떻까요?
정면돌파의 길이 있습니다. ‘우직지계(迂直之計)’의 길도 있습니다. ‘우직지계’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먼 길을 어렵게 돌아가는 것(迂)이 가까운 길을 바로 가는 것(直)보다 더 좋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면돌파든 우직지계든 민주당이 고민해서 선택하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어느 길로 가든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