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성공하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5일 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회 위원장에 김은경(오른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혁신기구의 혁신안을 전폭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은경 위원장은 문재인 당 대표 때 당무감사위원을 했을 뿐 정치 활동이 거의 없었고 민주당과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특정 계파 이익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동시에 혁신안이 어느 계파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하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혁신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변화와 쇄신을 꾀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특정 계파의 이익에 휘말리거나, 이재명 대표의 의중대로 가는 것처럼 보이거나, 혁신위 활동과 혁신안이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152석을 차지한 지 4년만에 83석으로 거의 반 토막 난 2008년 제18대 총선 같은 참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혁신위는 지금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돈봉투 의혹’과 ‘코인 사태’로 빚어진 당의 도덕성 추락을 어떻게 회복할지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걸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대응은 늦어지고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등 당의 무기력과 무책임이 드러났고, 방탄 이미지까지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장관과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기-승-전-한이라고 할 정도로 사안만 터지면 ‘한동훈 비판’부터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 독주에는 맞서지 못하고 겨우 ‘일개 장관’과 맞서니 스스로 ‘한동훈이 갖고 노는 당’으로 격을 낮췄습니다. 돈봉투도 코인도 한 장관 탓이 아닌데 한 장관만 물고 늘어지는 건 설득력이 없습니다.

‘한동훈 발 검찰공작’과 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어떤 시대정신으로 어떤 가치를 내세우고 이를 어떤 정책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제시하느냐에 대한 고민입니다. 혁신위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야 윤석열 대통령의 일그러진 국정을 고치는 일을 민주당에 맡겨도 되겠다고 시민이 생각하게 될 겁니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진 뒤 민주당이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선거패배 원인을 찾고자 발주한 용역 결과보고서가 있습니다. 보고서는 촛불집회와 박근혜 탄핵,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왜 등을 돌렸는지 분석하면서 촛불집회 이후의 정치변동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의 반응에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민주당 지지층을 정치변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과 민주당에 실망해 등을 돌린 시민으로 분류합니다. 전체 유권자의 28~32%로 추정되는 강성지지층을 ‘잔류민주’라 부르고,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10~15% 정도의 시민을 ‘이탈민주’로 부릅니다. 결국 지지자 10명 중 4명” 정도가 떨어져 나갔다는 겁니다.

주로 2030남성, 50대 여성, 서울 도심과 동남권 거주자, PK 지역, 중도·보수층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강성지지층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뒤로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바뀌지 않았고 정권심판론이 거세졌습니다.

민주당 이탈 지지층은 단순히 지지 철회에 그치지 않고 정권심판론에 가세했습니다. 지지층이 약화된 민주당은 석 달 간격으로 잇달아 실시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징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고서는 두 차례 선거의 패배 요인을 민주당이 강성지지층도 이탈 지지층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도 제안하고 있듯이 강성지지층과 이탈지지층 어느 한쪽만 선택해서는 민주당이 살아나지 못합니다. 강성지지층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이탈지지층을 돌아오게 만들 전략이 필요합니다. 혁신위가 활동을 제대로 하면 4년 전의 시민 지지와 기대를 회복할 수 있지만, 여전히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이라면 민주당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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