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소리 집중⑨] “바위가 떨어져나간 후 마음이 새로워졌다”

사진 배일동

보름이 넘도록 가야산, 포항 내연산, 울진 불영계곡, 설악산 도둑소, 수덕사, 부안 내소사까지 둘러보며 지치고 번잡한 정신을 위로했다. 여행 후엔 마음이 한결 나아져 다시 수련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만큼 공부가 신나지 않았다.

나에게 공부 장소는 역시 지리산이 으뜸이었다. 지리산은 우선 품이 넓고 커서 지루하지 않고, 기세도 남다르고 물맛이 좋아 공부 장소로는 가장 좋았다.

어찌어찌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한참 세월이 지난 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바위를 치며 소리를 하는 중에, 가로세로 60~70센티 정도 크기의 바위가 뽕나무 북채로 딱 치는 순간 그냥 아래로 툭 떨어졌다. 다행히 발은 다치지 않았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처마 밑의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더니, 소리가 바위를 뚫어버린 것이다. 아마도 이미 금이 난 바위틈에 오랜 세월 빗물이 스며든 데다, 내가 매일같이 두드려서 떨어졌을 것이다.

사실 바위를 치며 소리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가만가만 치다가도 소리에 한번 감정이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가만가만 치다가도 소리에 한번 감정이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북채에 힘을 모아 온몸으로 세게 친다.

그래서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간다. 그 바람에 나는 산 공부를 다 마치고도 10년이 넘도록 어깨 통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골병이 사라지는 세월도 10년이 걸린 것이다. 세상일에는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러나 바위가 떨어져나간 다음부터 왠지 마음이 새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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