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우연과 필연의 상관관계

“우연을 구성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필연’입니다. 필연으로 뼈대를 짜고, 필연으로 살을 붙이고, 필연으로 내외부를 장식한 거대한 구조물이 ‘우연’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너무 많은 필연 때문에 그 필연을 다 셀 수가 없는 것입니다….(중략) 하지만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볼 때 가장 자세하게 보입니다. 거기에 은혜가 있었고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을 한 번 보고 나면 앞길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본문 중에서)  이미지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룻기 2장

“룻이 가서 베는 자를 따라 밭에서 이삭을 줍는데 우연히 엘리멜렉의 친족 보아스에게 속한 밭에 이르렀더라”(룻 2:3)

룻이 이삭을 주으러 간 밭이 하필이면 보아스의 밭이었습니다. 룻이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보아스가 유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우연이란 일종의 거대 구조물과도 같습니다. 룻기 전체는 우연이라는 구조물의 설계 도면을 보여줍니다.

우연을 구성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필연’입니다. 필연으로 뼈대를 짜고, 필연으로 살을 붙이고, 필연으로 내외부를 장식한 거대한 구조물이 ‘우연’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너무 많은 필연 때문에 그 필연을 다 셀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인간의 인식 가능한 범위를 넘어갈 정도로 필연의 양이 방대하고 구조가 복잡하기에, 필연의 연결점이 너무 많아 다 헤아릴 수가 없어서 우리에게는 우연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우연을 바라보는 다른 해상도의 눈을 갖는 것입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저 멋진 한 폭의 그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퍼즐인 겁니다. 그런데 더 가까이서 보니까 퍼즐도 그냥 퍼즐이 아니라 모자이크 퍼즐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처럼, 믿음이란 차원이 다른 해상도의 안목입니다.

그 때는 실수였는데, 그 때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의 뜻 안에 들어와 보니까 그 모든 것이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퍼즐 조각이라는 것, 우리가 믿음 안에서 고백하게 되는 사실 아닌가요?

그렇게 우연이라는 ‘뜻 밖’의 사건 내막을 면밀히 조사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하나님의 ‘뜻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경외감에 휩싸여 전율하게 되는 것입니다.

룻과 보아스는 자신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나 했을까요? 우리도 지금 당장에는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볼 때 가장 자세하게 보입니다. 거기에 은혜가 있었고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을 한 번 보고 나면 앞길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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