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꾸만 지연되는 기도 응답
사무엘상 1장
“여호와께서 그에게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므로 그의 적수인 브닌나가 그를 심히 격분하게 하여 괴롭게 하더라“(삼상 1:6)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 있습니다. 있으면 좋지만 굳이 없어도 괜찮은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꼭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누군가는 그걸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는데,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원하고 애써도 그림 속의 떡과 같다는 것입니다.
한나에게 ‘아이’가 그랬습니다. 불임 여성이었던 한나는 아이 한 번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브닌나는 너무 쉽게 누리고 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한나의 속이 얼마나 상했는지 모릅니다. 매년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마다 나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응답은커녕 자신을 비꼬고 조롱하는 브닌나 때문에 분노만 치밀어 올랐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에 나도 저 사람처럼 가진 자가 되어서 남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집니다. 상대방으로 인해 켜켜이 쌓이는 분노는 상대방의 코를 납짝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부추깁니다.
만약에 하나님이 격분한 한나의 기도에 즉각 응답을 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나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후, 브닌나에게 겪은 모욕과 수치를 고스란히 또는 은근히 되갚아 주지 않았을까요?
하나님은 한나에게 원하는 것을 주시기 전에 기도할 시간을 주셨습니다. 안 주신 것이 아니라 기도할 시간을 먼저 주신 것입니다. 한나에게 기도가 응답되었을 때, 브닌나와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게 하시려고, 한나 자신 안에 있는 브닌나를 발견할 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은 후, 왜 즉시 왕이 되지 않았을까요? 나발을 죽이겠다고 눈이 뒤집힌 걸 보면 다윗에게도 사울 같은 면모가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다행히 광야를 전전하는 동안 죽을 고생을 하면서 다윗 안의 사울적 자아가 죽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목표가 또 다른 브닌나가 되는 것이라면, 하나님은 우리 마음 속에서 브닌나가 지워질 때까지 기다리실 것입니다.
한나는 아이가 태어난 후, 다시 아이가 없는 여인처럼 살겠다며 사무엘을 하나님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