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사무엘상 15장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
성경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순종이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순종을 왜 요구하실까요? 인간이 하나님 뜻에 순종하면 하나님은 무슨 재미라도 보시는 걸까요? 그렇게 순종을 좋아하시면 인간을 처음부터 로보트로 만들면 될 것을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하나님에게 순종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꺾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순종하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습니다. 납득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바깥의 일을 요구하십니다. 인간은 각자 나름대로 이해가능한 범주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범주 바깥은 언제나 낯이 섭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수 많은 현상들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수 십년을 붙어 사는 남편과 아내도 서로를 다 알지 못합니다.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알까요? 직원이 사장 마음을 다 알까요? 동시대, 같은 문화권에 살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다른 세상이 존재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는 것입니다.
길면 100년 정도 사는 인간이 영원하신 하나님을 알면 얼마나 알까요? 그 분의 뜻을 알아차린들 그걸 과연 안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부모 말도 잘 안듣는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순종이 기회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눈 뜰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상관의 말에 순종하면 조직을 보는 상관의 관점과 시야를 공유하게 되는 것처럼,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신적 관점과 시야를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이 끝에서 저 끝까지의 하늘을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입니다.
우리는 자주 나에게 함몰된 채로 살아갑니다. 자기 논리, 자기 경험, 자기 시야, 자기 방식, 자기 연민, 자기 만족, 자기 계발. 그렇게 나에게 매몰되어가는 나를 내 밖으로 꺼내시기 위한 강력한 모멘텀이 순종입니다. 우리는 순종하며 나로부터의 구원을 경험합니다. 점점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내 밖으로 초청하시는 것이 순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