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종교 믿다가 괴물이 되는 경우

“십자군 전쟁이나 마녀사냥, 종교재판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인간이 신앙을 명분으로 얼마나 비인간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또한 독일의 나치와 히틀러를 지지했던 것도 그리스도인 연맹이라는 사실을 볼 때, 종교적 명분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은 히틀러(왼쪽)와 애인 에바 브라운


사사기 21장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자기가 품은 소신과 소견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거나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진리를 옳다고 여기는 것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진리라고 믿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는 것 같지만 그 진실이 나에게 불리하면 진실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반대로 거짓이라도 그 거짓이 나에게 유리하면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들을 찾고 모아서 진실로 포장하고 싶어 합니다.

인간에게 옳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기도 하고, 내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에 위배되는 타인을 볼 때는 그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이념이나 종교적 명분을 가지고 싸우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확보하고 싶은 정당성, 그리고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확보하고 싶은 정당성, 이 둘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참혹한 현실을 우리는 역사 가운데서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앙이라는 것은 어떨까요? 예수 그리스도가 진리라고 믿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앙이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사용될 때도 많다는 것입니다. 십자군 전쟁이나 마녀사냥, 종교재판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인간이 신앙을 명분으로 얼마나 비인간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또한 독일의 나치와 히틀러를 지지했던 것도 그리스도인 연맹이라는 사실을 볼 때, 종교적 명분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기합리화와 신앙이 결부되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합니다. 기도를 많이 하거나 신앙생활을 오래 하거나 성경 지식이 많거나 종교적 체험이 많아질수록 더 표독스러워지고 고집스러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철옹성을 쌓고는 그 안에서 자신이 결국 하나님 노릇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심이란 진리이신 하나님을 믿는다고 덩달아 내 소견이 진리가 되었다는 확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진리 앞에서 내가 산산히 부서지는 경험입니다. 내 소견에 옳은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 내 모든 소견을 의심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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