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서평가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평전보다 역사서”

이동순 지은 <민족의 장군 홍범도> (사진 김미옥 페이스북)
<YES 24> 작가 파일에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경기도와 서울에서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그걸로 먹고살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활자 중독자다. 페이스북에서 독자가 보는 문학 논평을 하고 있으며 <문학뉴스>의 칼럼을 쓰고 있다. 꿈은 세상이 평화로워 온종일 책이나 보고 음악이나 듣는 것이다.” 김미옥  평론가 이야기다. 김씨가 최근 <민족의 장군 홍범도>에 대해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꼼꼼히 읽고 차분히 써내려갔다. <편집자>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 교수는 내가 아는 한 ‘홍범도’ 전문가다.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집념으로 쓴 대하 민족서사시가 10권의 <홍범도>다. 내가 왜 이 책을 못 보았는지 의아했는데 초판을 500부만 발간했다고 한다.

이번에 평전을 새로 출판했는데 제목이 <민족의 장군 홍범도>다.

장군의 유해는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와 대전현충원에 안치되었다. 지난 3월 7일 홍범도 장군 묘지에 ‘평전’ 헌정식을 했는데 나는 아쉽게도 갈 수 없었다.

대신 나는 833쪽의 홍범도 평전을 읽었다. 거대한 시대의 격랑과 민중의 삶에 대한 묘사가 평전이 아닌 역사서로 읽혔다.

1811년 ‘홍경래의 난’에 가담해서 처형된 홍이팔은 장군의 증조할아버지였다. 가족이 몰살당하고 혼자 살아남은 그의 아들 홍동철이 장성해서 낳은 자식이 홍윤식이었다. 그는 머슴이었고 머슴의 자식으로 홍범도가 태어났으니 1868년이었다.

생후 7일 만에 모친이 세상을 떠났고 8세 되던 해 부친마저 타계해 어린 머슴이 되었다. 그러다 15세에 평양의 친군서영에 나팔수로 입대했고 사격을 잘해 명사수가 되었다.

군수물품을 빼돌리는 악질 상관을 살해한 후 탈영했고, 황해도 제지공장에서 3년간 일했으나 임금을 체불하는 친일파 공장주를 도끼로 살해했다. 도망을 다니며 절의 불목하니로 있다가 금강산 신계사에 출가했다. 지담스님의 상좌가 되었는데 그의 나이 26세였다.

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였기 때문이다. 불같은 성격만 있던 그가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되고 민족의식에 눈을 떴다. 의병대를 조직하고 각 지역의 악질 친일파를 제거했으며 일본에 잡혀 투옥되었으나 6개월만에 탈옥했다.

그의 삶은 끝없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비구니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고 아들도 둘이나 있었지만 모두 잃었다. 아내는 일본군의 고문에 옥사했고 큰아들은 같이 싸우다 전사했으며 작은아들은 병사했다.

그는 일본군 정규부대와의 전투에서 연전연승했는데 일본의 자료를 보면 홍범도의 부대원들이 그를 신처럼 우러렀다고 쓰여있다. 훗날의 기록을 보면 봉오동 전투에서 그가 부대원에게 사격 명령을 내릴 때의 구호는 ‘나, 홍범도’였다고 한다. “나”하면 총을 장전하고 “홍범도”하면 발사했을 것이다.

그는 조직을 어떻게 결속하며 리더는 어떠해야 했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죽음 앞에서 부하들은 그가 신으로 보였을 것이다. 신은 아내가 죽고 자식이 죽어도 슬픈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그에게 불행은 불행이어선 안되는 것이었다.

몇 번을 읽다가 책을 덮고 일어서서 서성거렸다. 그가 전선을 후퇴하며 망명한 나라들은 일본과 동맹국이 되어 그를 괴롭혔다. 온갖 모함과 세력에 시달렸고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중앙아시아로 떠밀려갔다.

나는 문득 그의 유해가 돌아올 때 왜 많은 이들이 반대했는가에 붙들렸다.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를 드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윤동주나 김좌진 장군 등은 영웅처럼 떠받들면서 대체 홍범도 장군에게 왜 이리 혹독한가?

75세까지 살았던 장수의 비극인가? 젊은 시절에 요절한 그들은 해방을 보지 못했다. 그들이 살아서 해방을 보았다면 무엇을 선택했을까? 친일 경찰이 독립운동을 한 이들을 다시 붙잡아 고문하는 기막힌 ‘해방’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당시 미군 군정 보고서의 내용이다.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북으로 넘어간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책을 덮고 우리나라의 불우한 역사를 생각한다. 늙어 극장지기로 일하고 그마저 문을 닫아 정미소에서 일하다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우리의 머슴 출신 ‘장군 홍범도’를 떠올리며 운다.

이동순의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추천한다. 사실에 입각한 문학과 역사의 만남이다. 3월이 아닌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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