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나무의 거처(居處)’ 이동순

사진 이동순 시인

.무슨 나무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씨앗이 바람에 날려
혹은 빗물에 떠내려가다가
어느 배수구 홈에 걸쳐졌을 것이다.

그 상태로 싹이 트고
목 마른 뿌리를 갈라진 시멘트 틈으로
조금씩 들이밀었을 것이다.

처음엔 잠시 머물다 떠날 생각도 했으리라.

그게 달과 해가 바뀌고
그대로 마음 내려 살게 되었으리라.
사람의 거처도 이런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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