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SG 전문가 변신 최남수 전 YTN 대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가 글로벌 기업 경영과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ESG 논의는 그동안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후공시, 공급망에 대한 환경과 인권 실사, 탄소배출량에 대해 일종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중심으로 제도화가 가속화하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전문기자와 미디어 경영인으로 활동했던 언론인이 ESG전문가로 변신해 주목받고 있다. <YTN>과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를 역임한 최남수 서정대 교수 이야기다. 최 교수는 2021년 1월 ESG 전문서 <이해관계자자본주의>(부제: 이젠 ESG경영 시대)를 출간한 데 이어 2022년 10월에는 그동안의 ESG 흐름을 심층 분석한 <넥스트ESG>를 펴냈다. 최남수 교수는 강연과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ESG를 널리 알리는데 한몫 하고 있다. 그는 언론경영인 및 ESG 전문성을 통해 SK증권 사외이사와 노원환경재단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ESG에 천착하게 된 계기와 향후계획 등을 들어봤다.
-언론계를 떠난 이후의 근황은?
“2020년 초 서정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집필에 집중해 ESG 전문도서 두 권과 경제전문서, 수필, 시집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최근 기업경영의 핫이슈로 떠오른 ESG 등 경제·경영 이슈를 진단하고 글을 기고해왔다. 또 대기업·중소기업·공기업 및 대학 등에서 ESG 특강을 해왔다. 뒤늦게 대학 강단에 선 만큼 묵묵히 연구하면서 집필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그는 “언론계를 떠난 후 첫 개인 사진전을 연 게 너무 반가운 일”이라며 “언론인 시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의미 있게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SG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미디어 경영인으로 일하기 전에 경제 전문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그래서 경제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고 특히 양극화 심화 등을 가져온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봐왔다. 그러던 차에 주주 이익 극대화만을 지향하는 주주자본주의를 고객, 근로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관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ESG의 핵심은 무엇인가?
“ESG는 한 마디로 기업에 대해 ‘환경과 사람을 돌보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하라’는 요구다. ESG는 투자자들이 발동을 걸어 본격화됐다. 투자자들은 ESG를 잘하지 못하는 기업이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ESG 경영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리를 해서라도 짧은 기간에 수익을 많이 내려는 단기경영에서 벗어나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올리라는 게 ESG의 기본취지다. 아울러 기업의 경영과 가치사슬 전반에 ESG의 가치를 반영하는 경영을 하라는 것이다.”
-최근 ESG 경영의 특징적인 점에 관해 설명해달라.
“ESG는 지난 2006년 UN의 책임투자원칙이 나오면서 경영의 주요 어젠다로 주목 끌다가 팬데믹 기간에 기업 경영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데다 미국 재계를 필두로 이해관계자자본주의의 도입 필요성이 강조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ESG를 구체적인 제도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미국과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미국의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탄소배출량 등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현재 만들고 있다. ESG를 선도해온 EU는 기업의 공급망에 대해 환경과 인권 실사를 하는 방안을 막바지 조율 중이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2026년부터 수입품에 대해 EU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만큼 관세 형태의 탄소가격을 물리기로 했다.”
-ESG가 경영의 큰 흐름이긴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을 텐데···.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ESG를 평가할 데이터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의 신뢰도, 일관성, 비교가능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ISSB 등 기관이 ESG 공시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이다. 이 표준화 방안이 나오면 일부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아직은 주로 탄소배출 이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나머지 다양한 지표들에 대한 표준안이 나오기까지는 혼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ESG 경영에 대한 평가등급도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해 기업들로부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위원회를 만드는 등 조직체계는 갖춰가고 있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진정성 있는 접근이다. 일을 하다보면 좋은 등급을 받는데 힘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ESG 경영의 본질은 경영 전반에 ESG 가치를 뿌리 내려 중장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런 만큼 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철학과 전사적 공감대가 ESG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아무래도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클 수 있을 텐데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경영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에 ESG 경영이 착근하는데 어려움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ESG를 피해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 중에는 해외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협력업체로서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탄소배출은 무역 규제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대기업들과의 거래가 끊길 수 있다. 또 환경 및 인권침해 사례가 있으면 제재 받을 수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ESG 경영수준을 제고하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ESG는 기업 경영 이슈이긴 하지만 시민들 참여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 ESG는 환경을 보호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는 경영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ESG 자체가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예컨대 환경 이슈 중에서 가장 큰 사안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인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대중교통 이용, 전기차 구매, LED 전구 사용,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 구매, 난방온도를 낮추고 냉방온도 올리기, 저탄소 제품 구매하기, 과다 포장 제품 안 사기 등이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소비자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이해관계자로서 기업의 변화를 유도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소비자는 기업이 신뢰도, 환경적 참여, 사회적 참여를 개선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인 MZ세대가 이런 점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경영 전반에 ESG를 잘 반영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라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소비자의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기업에는 ESG 경영을 열심히 해야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활동계획은?
“ESG는 상당 기간 기업경영을 혁신하는 중요한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관련 이슈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새롭게 중요한 사안이 부각되면 이를 책으로 펴낼 생각이다. 또 강연, 방송 출연, 기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ESG를 전파하는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ESG가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돌보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가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칼럼니스트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다. 언론계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