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헌신의 흔적을 지우다
민수기 6장
“자기의 몸을 구별한 나실인은 회막 문에서 자기의 머리털을 밀고 그것을 화목제물 밑에 있는 불에 둘지며”(민 6:18)
‘나실’이란 히브리어는 헌신하다, 바쳐지다라는 뜻으로 나실인은 자기 자신을 하나님께 바친 사람을 의미합니다. 사람이 나실인 서약을 하게 되면 서약 기간 동안 특별한 규칙들을 지켜야 했습니다.
포도주와 독주를 마실 수 없었고 포도와 관련된 어떤 음식물도 섭취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고대근동에는 식수에 석회질이 많아서 도수가 약한 포도주를 물 대신 섭취했기 때문에 포도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였습니다. 또한 머리카락을 절대 잘라서는 안되고 자라는 대로 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가까이 해서도 안됐는데 심지어 가족의 장례에도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나실인 헌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표시나는 사람이 나실인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교회에서 봉사와 헌신을 가장 많이 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실인 헌신 기간이 끝나면 그는 헌신 기간 동안 자랐던 머리카락을 밀어야 합니다. 포도주를 마시지 않거나 시체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은 티를 내지 않고도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머리카락은 유독 티가 나는 부분입니다. 머리카락을 민다는 것은 헌신의 흔적을 지우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생겨나는 표시들이 있습니다. 새벽기도를 매일 나가도 표가 나고, 헌금을 많이 해도 표가 납니다. 섬김이든 헌신이든 봉사와 구제든 남들 눈에 띨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나실인처럼 말입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표시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표시를 지우는 것까지가 진정한 헌신이라는 것을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자랑스럽다면 헌신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깝지 않을 테지만, 하나님을 믿는 내 믿음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헌신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아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