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내 업적을 세다 보면 교만해지고, 받은 은혜를 세다 보면···
민수기 1장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회중 각 남자의 수를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그 명수대로 계수할지니”(민 1:2)
숫자에 민감한 세상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장의 등락, 시청률과 조회수, 인구증감률, 경제성장률, 대선지지율 등과 같은 숫자를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숫자의 미세한 변동이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현대 기술문명 전체가 0과 1이라는 숫자 위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물리학자는 “우주는 수학으로 기술되는 것이 아니라 수학 그 자체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숫자는 언제나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 이면을 읽어내는 능력은 세상을 사는데 있어서 더 없이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출애굽 후 하나님은 모세에게 숫자를 세어보라고 명령하십니다. 대대적인 인구센서스입니다. 이 때 모세가 세어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성경에는 인구센서스 작업이 몇차례 언급됩니다. 다윗도 인구조사를 합니다. 이 때 다윗이 세어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윗은 자신의 업적을 세었고 모세는 하나님의 은혜를 세었습니다. 광야에서의 인구조사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의 언약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창세기 15장 5절). 언약을 잊지 않고 일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증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증빙자료가 필요해서 인구조사를 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세어보는 사람일까요? 내가 못 가진 것을 세어보면 불평밖에 할 게 없고, 내게 주신 것을 세어보면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업적을 세다 보면 교만해지고, 받은 은혜를 세다 보면 겸손해집니다.
기도 응답은 몇만 번이고 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없이 채워주신 것들은 셀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셀 수 없는 것을 세어보는 역설적 계수법을 적용하는 사람 아닐까요?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 여정을 시작하기 전 하나님은 가장 중요한 것을 세어보게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