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교회 본연의 모빌리티
민수기 4장
“진영을 떠날 때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성소와 성소의 모든 기구 덮는 일을 마치거든 고핫 자손들이 와서 멜 것이니라”(민 4:15)
성막의 가장 큰 특징은 해체와 조립과 운반이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성막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모빌리티입니다. 하나님은 당신께서 거하실 처소, 예배의 처소를 이동에 최적화된 구조로 디자인하셨습니다. 한 곳에 계시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오라 가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출석부를 들고 출결 체크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은 당신의 사람들과 동행을 원하셨습니다. 백성들이 가는 곳에 하나님도 함께 가시고 하나님이 머무시는 곳에 백성들도 함께 머물렀습니다. 모바일 교회(Mobile Church)입니다.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중앙 성소 사상이 강화되며 처음 성막이 가지고 있었던 기동성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진정한 예배는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에 가야만 드릴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삶의 현장에서도 예배를 드릴 수는 있지만, 그 예배는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한 예배였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성전에만 계시는 하나님으로 오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은 특정 장소와 건물에 묶여 있는 종교인들에게 자유를 선물하신 일입니다. AD 70년에 성전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졌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중세 기독교가 다시 그 돌을 쌓고는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견고한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시대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전혀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고 COVID-19를 거치며 그 변화는 더욱 급격합니다. 과거에 로마제국에 의해 성전이 무너졌다면, 오늘날에는 그 로마제국의 역할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건물에 묶여 있는 교회를 다시 건물 밖으로 불러내고 계신 것이 아닐까요? 초기 성막의 기동성이 회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3,500년 전에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시작하신 모바일 교회,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시도하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인류 앞에 펼쳐진 광야와 같은 지금 이 시기에 교회의 Mobility를 더욱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