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완벽하게 똑같아도 전혀 다르다
민수기 7장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지휘관들은 하루 한 사람씩 제단의 봉헌물을 드릴지니라 하셨더라”(민 7:12)
상장을 수여할 때, 수상자가 많고 상장의 내용이 동일하면 수여자는 이렇게 합니다. “전과 동.” 내용이 이전과 똑같아서 굳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수기 7장에는 열두 지파가 각각 12일 동안 하나님께 드린 헌물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록된 내용을 읽어보면 열두 지파가 각각 드린 헌물의 내용물은 종류, 무게, 수량이 하나도 다르지 않고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들의 똑같은 헌물 리스트를 ‘전과 동’이라고 생략하지 않습니다. 헌물의 내용을 한번만 적어놓고 모든 지파가 동일하게 하나님께 드렸다고 하면 될 일입니다. 파피루스 조각이나 양피지에 글을 기록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지면을 아껴야 했습니다. 오죽하면 고대 성경 사본들은 띄어쓰기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겠습니까?
굳이 아까운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동일한 내용이 왜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내용물이 Ctrl+C, Ctrl+V 한 것처럼 완전히 똑같았지만 헌물에 뭍어있는 사람의 마음은 복사해서 붙여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는 각각이 특별하고 귀했습니다. 이 사람이 드린 만원과, 저 사람이 드린 만원, 다른 만원입니다.
한 공간과 동일한 시간에 똑같은 형식으로 예배드릴 때, 하나님은 어느 대표자의 헌신으로 모두의 것을 퉁치지 않으십니다. 같은 교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찬양을 부르고 같은 설교를 들었다 해서 모두가 같은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닙니다. 10명이 드리는 하나의 예배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드리는 예배 10개가 하나님께 올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무리 속에 적당히 묻어가는 법이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