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의 추억과 사유] 1958년 봄날 ‘마당 깊은 집’ 풍경
대구 종로초등 옆 서내동
긴 골목 끝집에서 두 해를 살았지요.
수창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각종 철공소 철물점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
서성로 큰 길을 건너
문성한의원 옆 골목으로 다시 접어들어
한참을 가다가 오른편으로 꺾으면
그 골목 끝에 낡은 대문 하나가 보입니다.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과 비슷한 가옥입니다.
대구 중구엔 서내동과 북내동이 있었는데
대구읍성 안쪽이라 이런 이름이
생겼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러고 보니 성내동도 있습니다.
1958년 봄 어느 날쯤이네요.
햇살도 따뜻한 마당엔
온갖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꽃들도 피어나고 싱그런 훈풍도 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에게
큰 누나가 점심 밥상을 차려주고
마루 끝에 앉아 봄볕을 즐기고 있네요.
바둑이 녀석이 자다 일어나
끄응 하며 등을 한껏 구부리며
기지개를 켜는 중입니다.
누나는 바둑이 녀석의 그런 머리를
정겹게 쓰다듬어 줍니다.
바둑이 옆으로 빨랫줄 그림자가
꺾인 각도로 비치네요.
뜨락엔 코고무신과 슬리퍼 등
온갖 신발이 널브러져 있고
그 위로 푸진 봄 햇살이
폭포처럼 마구 쏟아지고 있습니다.
나른한 봄날 오후의 정경이
평화롭게 느껴지는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