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 18] 자녀의 ‘설득과 협상 기술’ 향상시키려면

“작은 것이라도 어떠한 결정을 할 때 자녀와 협상 과정을 거치는가? 아니면 무조건 들어 주거나 혹은 묵살하는가?”(본문 가운데) 사진은 미국-이란의 줄다리기와 힘겨루기 협상을 이미지화 한 것이다. 

싱가포르에는 여러 나라 출신 전문직들이 아시아 담당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주재원 가족들로 구성된 서양여성들 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 모임에서는 현지 정보는 물론 아시아에서의 문화체험을 서로 나누며 동서양과의 차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다양한 워크숍을 자주 열었다. 모임 회원들은 그들의 자녀를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유러피안(독일) 국제학교에 보내지만, 그 중의 몇 사람은 아시아의 문화와 언어를 익히기 위해 과감하게 싱가포르 현지학교에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날 모임 초청 연사는 싱가포르에 있는 호주국제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호주 출신의 베테랑 교사였다. 그날 워크숍 주제는 ‘동서양 학교교육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본인 자녀가 로컬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덕분에 △뛰어난 수학실력과 함께 △유창한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현지인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는 것을 큰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경쟁적인 학습 환경을 통해 꾸준한 학습 습관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또한 현지교육의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설득과 협상능력의 기초가 되는 창의력, 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부분은 서양교육이 가진 장점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체험을 나누었다. 아이가 자신의 논리나 의견, 구체적인 설명을 잘 하지 못하는 점이 대화할 때 느껴진다며 워크숍 참가자를 대상으로 토론과 설득과 협상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 하나를 그 자리에서 시도하였다. 한 가지 논제를 놓고 상반되는 두 가지 정보를 준 다음,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에 따라 먼저 A팀과 B팀으로 나누었다. 두 가지 정보에 대해 사전정보나 배경지식이 없어서 선택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C팀으로 구분한 다음, A팀과 B팀에서 각 한 사람씩 나와서 번갈아 가며 각각의 논리로 C팀에 속한 사람을 한 사람씩 설득하여 자신의 팀으로 끌어오는 게임이었다.

순발력과 재치, 지식과 논리에 근거한 설득력 및 자신감과 소통능력 등이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훈련되어 있는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양 팀은 다양한 논리로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열띤 설득을 했다. 매우 신선한 게임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그 현장에서 깨닫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독서도 많이 하고, 학원도 열심히 다녔고, 문제집(수련장)도 수없이 풀었지만 결코 그들과 대등하게 그 게임에 참여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지 언어장벽이 아니었다. 자신의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하는 능력, 또한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핵심 있는 질문을 하는 능력, 나의 의견을 명확하게 피력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 등이 현저히 떨어진 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능력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훈련 받은 사람들은 나중 사회에 진출하여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고,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설득시키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일해 보았거나 혹 서양 사람들과 작은 거래라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들 중에는 매끄럽게 협상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의사표현의 명확성과 동시에 이견을 좁혀 나가며 타협점을 찾는 기술이 취약한 사람은 성실하다고 해도 리더 위치에 오르기 쉽지 않다.

이러한 차이가 교육 시스템의 의해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정과 사회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논리에 입각하여 설득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적절히 제공받지 못하고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외국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우수학생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룹 토론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질문을 잘 하지 못하다 보니 수업 참여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는 특히 가정 내에서의 양육방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간의 이견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한국부모들은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한번 되돌아보면 좋을 듯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부모의 양육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TIP 5

1. 자녀와의 대화 때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생각할 여유를 주는 대신, 부ㅇ모자신의 경험을 먼저 주입하려고 하지 않는가?

2.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시사잡지 혹은 전문가의 시각에서 논리적 견해를 피력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가?

3. 대화할 때 자녀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가? 얼마나 핵심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을 자주하는가?

4. 자녀가 하는 이야기를 명료화하면서 경청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모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해석하면서 듣고 있는가?

5. 작은 것이라도 어떠한 결정을 할 때 자녀와 협상 과정을 거치는가? 아니면 무조건 들어 주거나 혹은 묵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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