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 17] ‘정답 찾기’와 ‘실력 올리기’의 차이
싱가포르에 살 때 말레이시아에서 하는 행사에 초청을 받는 일이 있어 쿠알라룸프르에 방문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어느 날 그 곳에서 한국 정부기관에 소속되어 연수차 말레이시아에 일시 머물고 있는 분을 만나 대화하게 되었다.
정부 지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수한 성적으로 선발되어 자부심과 희망을 가지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영어만큼은 학교 다닐 때부터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영어로 해외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두렵게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서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선발된 공무원들과 함께 연수를 받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다른 연수생들은 발표 때 예화까지 넣어가며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할 뿐만 아니라 또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논리에 맞게 설득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능력 또는 남을 설득시키거나 논쟁을 벌일 만큼의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우수한 성적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첫째, 그동안 한국에서 오랫동안 해온 공부 방법은 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정답을 맞히는 훈련이었다는 것을 연수를 받으면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연수 프로그램에는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그룹 토의 수업이 많았는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학창시절과 사회생활 내내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오직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해왔기 때문에 막상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으며, 성적표에 적힌 평가에 대해서만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근무기간에 따른 경험에 비해 축적된 전문성이 너무 빈약하여 토론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의 능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시키는 것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항상 염두에 둔 것이 성적, 장학금, 상장 등이었기에 그것만을 성취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이번 연수를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 하나의 지식을 배울 때 그것과 연관된 부분의 배경지식이나, 활용되고 있는 사례 혹은 새로운 학설과 정보 등을 통해 지식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거나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그간 너무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한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살아갈 자녀들에게 이런 식의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연수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번 연수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아마 저는 제 아이들을 저와 똑같은 방법으로 교육했을 겁니다.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시켜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수한 성적표를 위해서만 공부하면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입니다”
그의 경험담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성적과 실력은 결코 동일시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받아오는 좋은 성적표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집착으로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 단기간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 사교육비로 과다한 지출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야할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교육관을 가지고 자녀들을 지도하고 있는지 더 늦기 전에 점검해야겠다.
글로벌 Tip 5
1. 교양도서, 전문잡지,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자녀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2. 자녀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가?
3. 자녀가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가? 그리고 핵심적인 질문을 하는가?
4. 시사문제 혹은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자녀와 토론하는가?
5.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