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TIP 19] “부하직원이 상사로”…무한경쟁시대 생존법

“직장문화와 고용의 형태가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지금, 부모들이 아직도 안정된 직장과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미래의 변화를 대비하면서 자녀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하도록 격려하며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본문 가운데) 사진은 세종시 여성일자리협의체 회의 장면 <사진 연합뉴스>

뉴질랜드 방문길에 예전에 가깝게 지내던 지인과 부부동반으로 만났다. “그간 공무원으로 잘 근무해오던 남편이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아내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성실히 근무했는데 정년까지 채우고 퇴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당사자인 남편이 내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IT업계는 워낙 신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는 분야죠. 때문에 아무리 공무원으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남들과 차별성 혹은 본인만의 탁월함을 인정받지 못하면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그래서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근속연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이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입증해야 하죠. 공무원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예상치 못한 답을 듣고 그에게 되물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을 해야 하나요?”

“자신의 현재의 이력서를 제출하여 새로 이 기관에 새롭게 지원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경쟁해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나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도 언젠가는 공무원들에게도 이런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려보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업무를 AI가 처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 그렇군요. 아직 한국에서는 공무원으로 한 번 채용되면 일반적으로 평생 근무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지금도 자녀들에게 공무원을 권유하는 부모님들도 아직 많답니다.”

며칠 후에 그 지인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남편 분은 어떻게 되셨나요?” 내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쟁쟁한 실력을 가진 외부 사람들이 많이 지원해 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답니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몇 년 동안 꾸준히 공부하여 새로운 분야의 자격증을 따 놓은 덕분에 무사히 시험을 통과하여 그냥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마침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예전 프로그램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했기에 다행히 제 남편이 그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는군요.”

혹시 외국인으로 차별당하게 될까봐 항상 새로운 것들을 공부했다는 그녀의 남편의 노력에 존경심이 느껴졌다.

뉴질랜드 태생인 또 다른 지인을 만났다. 그는 몇 년을 주기로 공무원과 사기업을 수시로 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일을 해왔다. 미혼일 때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기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결혼 후 육아를 위한 개인적인 시간이 더 필요해서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왜냐하면 급여는 기업체보다 적었지만 근무시간이 짧고 휴가 혜택이 좀 더 많아 가정생활과 병행하기에 나은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하여 그는 공무원을 그만 두고 다시 기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뉴질랜드는 대부분 계약 개념의 직장 시스템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조건이 맞는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것은 흔하다. 이직을 하면 새로운 환경에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조직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으며, 개인도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 자신의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고용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유능함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을 쌓기 위해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IT업계에서 일하는 또 다른 한인 가족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다국적 기업에 다니고 있는 남편의 동료인 현지인 A씨는 회사를 퇴직하여 파트타임으로 그 회사에 재취업하여 일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자신이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일을 가르쳤던 부서직원이 세월이 흘러 자신의 상사가 되었다고 해요. 과거에는 자신이 그에게 일을 가르쳤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상사로 잘 받아들이며 무리 없이 일을 잘하고 있답니다. 조직에서 우선시 하는 것은 경력보다 능력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국처럼 직급으로 호칭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원래부터 이름을 부르며 일했고 서로의 성격을 이미 알기 때문에 도리어 편하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제 남편은 만약 그런 상황이면 본인은 자존심상 직장을 그만 두었을 것이라고 하지요.”

직장문화와 고용의 형태가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지금, 부모들이 아직도 안정된 직장과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미래의 변화를 대비하면서 자녀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하도록 격려하며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TIP5

1. 자녀와 함께 ‘삶과 직업’의 기준은 무엇인지 대화해보자.
2. 자녀가 천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분야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고 있는가?
3. 자녀가 직업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어떻게 조언할 수 있을까?
4. 회사의 네임밸류와 자신의 업무 중 어떤 것을 우선시 하는가?
5. 일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자신의 행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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