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⑭] 자녀에게 이런 내비게이션 어떨까요?
지도를 미리 보고 익혀 둔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과 한번도 안 가본 길을 무작정 이정표만 보고 운전해서 찾아가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뉴질랜드에서 처음 운전을 시작하게 된 시점이었다. 그때는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지도를 봐주는 사람이 없이 혼자 새로운 길을 운전해서 찾아가는 것이 초보운전자인 나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거리 이름도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운전대도 반대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일방 도로를 만나 방향감각을 잃을 때도 있었고, 굽이진 좁은 산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마주 오는 차량과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다.
?또한 실수로 어쩌다 교통위반이라도 하게 되면 거리의 운전자들로부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굴욕을 받고 싶지 않았기에 운전할 때 극도로 긴장할 때가 많았다. 이러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골똘히 연구하던 나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스스로 지도를 보는 방법을 익히도록 훈련하는 것과 또 길을 잃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원래 길을 다시 찾아가는 요령을 습득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지역신문의 게시판에 나오는 게라지 세일이나 혹은 벼룩시장이 열리는 한두 곳을 미리 지정하여 그 주소지를 찾아가는 연습을 하기로 하였다. 전날 지도에서 미리 목적지를 찾아보고 가장 적합한 길을 선택하여 메모해 놓고 긴급상황을 대비하여 주유소 위치까지도 확인해 놓았다.
토요일 아침에 주소지를 찾아서 낯선 동네로 향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하니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얼마 후에는 지역의 지리를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고 나름대로 운전요령도 생기면서 운전석에 앉으면 몰려오던 두려움이 조금씩 극복되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게러지 세일에서 새로운 물건을 값싸게 구입하기도 하고 게러지 세일의 재미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운전 중에 가끔 실수할 때가 있어 그것을 줄이기 위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첫째, 가다가 길을 잘 모르겠으면 멈추고 편의점이나 주유소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본다. 둘째, 길을 잘 몰라서 출구를 놓쳤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그 다음번 출구로 빠져나가서 되돌아온다. 셋째, 길을 잃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돌 경우는 새로운 길을 익히는 기회로 삼고 초조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침착하게 지도를 다시 찾아본다. 넷째, 주위의 지형지물을 살피면서 운전한다 등이었다.
뿐만 아니라, 운전 중에 차량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긴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회원에 가입했다. 접촉사고와 같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요령도 그 나라 경찰청에서 나온 홍보 책자를 보면서 익혀 놓았다. 이런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나니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느낀 것은 마치 운전이 삶의 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신있게 어떤 일을 시도할 수 있으며, 성취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를 했다해도 이미 다양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다면 자신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방수칙을 익혀 놓으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훨씬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은 마치 아무도 옆에 타고 있지 않은 차에 운전자가 되어 달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전엔 차를 타면 누군가가 알아서 목적지를 데려다 주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혼자 찾아가야 하는 초보 운전자가 된 것이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시간관리, 건강관리, 재정관리, 대인관계, 진로 및 경력관리 등 각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졸업과 동시에 이러한 것을 한꺼번에 익히려면 너무 부담이 될 수 있다. 사회에 나가기 전 학창시절부터 단계별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면서 성장하려면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TIP
1. 새로운 일이나 환경에 자신감이 없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2. 분야별 멘토를 미리 찾아본다.
3.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해 본다.
4.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하고 건전한 활동 메뉴를 준비한다.
5.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 가져야 할 태도와 방법을 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