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⑪] 외국인과 대화나 국제회의 발표 때 기죽지 않으려면

오준 전 유엔대사

해외에서 살면서 외국 친구들이 초대하는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종종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자신을 먼저 소개하며 친절하게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내는 그들을 보면 때로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피부색 혹은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스스럼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들의 태도와 매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사회와 학교로부터 오랜 시간동안 훈련된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이웃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여유로운 문화 속에서 자란 외국 사람에 비해, 주입식 교육 속에서 점수와 스펙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한국 사람들의 대인관계를 시작하는 방법과 태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제적인 공공 모임에 가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외국인과 함께 하는 자리에 가면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 쪽에만 따로 모여서 조용히 음식만 먹다가 돌아가는 한국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는 한국 기관이 주최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호스트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외국인들과 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누군가와 스스럼없이 대화의 기회를 만드는 외국인들의 여유로움과 당당함은 과연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물론 언어소통이 안되면 낯모르는 사람들과의 파티가 때로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단지 외국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기성세대에 비해서 언어소통에 별문제가 없는 젊은 세대들도 한인들의 경우 지인들 틈에서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그 문제의 핵심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국제무대에서 세계인과 당당히 경쟁하며 살아갈 차세대에게는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은 기성세대의 옛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싱가포르에 살 때 동남아 지역의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 대표로 싱가포르에 온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정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젊을 때부터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국제회의장에서의 발표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최근 들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매우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국제회의장에서의 한국인 발제자의 발표능력과 태도는 그에 걸맞은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각종 국제포럼이나 세미나에 가보면 대부분의 한국 발제자들은 방청객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제에 관해 준비된 영문 자료를 달달 외워 한국어의 일정한 톤에 맞추어 일사천리로 읽어내는 경우 많다. 또한 그 내용에 연관된 질문이 나왔을 때 질문 자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때론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다소 거리가 있는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과연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그것을 명료화하기 위해 질문자에게 다시 물어 볼 수도 있는데 되묻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생각해 보면 언어 문제 혹은 주입식 위주의 학교 교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부분은 부모의 양육태도와 가정교육이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하는 훈련을 어릴 때 가정에서부터 쌓게 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언제 어디서나 자신감을 가지고 발표할 수 있다. 때로는 서로 의견이 다른 경우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대화의 핵심과 의도를 보다 명료화할 수 있으다. 또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화제, 전체적인 맥락에 벗어나지 않는 핵심 있는 대화, 다양하고 품위 있는 표현 등 가장 기초적인 것들을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은 바로 대화가 무엇인지를 처음 배우는 곳인 가정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미래의 일자리만을 걱정하며 지식교육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이 가져야 할 국제경쟁력을 함양하는데 필요한 대인관계와 대화 및 발표의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가정에서부터 적극 시도해 보면 좋겠다.

TIP

1. 자녀가 어떠한 의견을 제시할 때 그것이 부모와 다른 의견이라고 해도 끝까지 경청하는가?

2. 이야기의 의도와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자녀에게 적합한 질문을 하는가?

3. 같은 이야기라도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부모 스스로가 시도하는가?

4. 발표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가?

5. 자녀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자료를 요청하는가?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