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16] 작은 친절이 맺어준 우정

“그녀의 작은 친절로 이어진 우리의 우정은 지금도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되어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본문 가운데) <출처 마음하나>

싱가포르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음식을 먹다가 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 갑자기 빠져버렸다. ‘어느 치과를 가야할까? 경험 많은 의사를 만날 수 있을까? 예약을 하고 치료를 받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며칠 전에 지역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중고품을 구입하게 되면서 알게 된 ‘실비아나’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보물처럼 저장해 둔 기억이 떠올랐다. 즉시 컴퓨터를 켜고 그 이메일을 찾아서 차근차근 다시 읽어 보았다.

스위스 출신의 내 또래의 여성인 ‘실비아나’가 내게 보내 준 이메일은 이런 내용이었다. “혜미, 너를 싱가포르에서 만나게 되어서 반갑고 또 내 물건을 사주어서 고마웠어. 나는 싱가포르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막 이곳에 도착한 너를 보니 내가 처음 싱가포르 생활을 시작할 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나는 이곳에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있는 동안 너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처음에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프랑스 사람이 살던 집에 렌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 가족이 떠나면서 나에게 이 리스트를 전해 주었어. 너에게도 필요한 정보가 될 꺼야. 이 리스트가 낯선 땅에서 정착하는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 그래서 나도 열심히 업데이트 해서 새로 싱가포르에 이주 해 오는 사람들에게 전해 주곤하지. 너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래.”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메일에는 각종 알짜 정보가 들어 있었다. 각 진료과목별 병원의 전문의 중에 환자를 잘 보는 친절한 의사들 명단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평판 좋은 세탁소와 분위기 좋은 카페, 아울렛 매장, 가볼만한 장소, 가성비 좋은 식당, 성실한 택배회사, 커트 잘하는 미용사, 기술 좋은 발마사지숍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연락처가 세세히 안내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공기관, 취미활동 그룹, 교육문화센터, 지역봉사활동 단체 등 각종 기관들의 웹사이트도 종류별로 기재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리스트를 프린트해서 냉장고에 붙여 놓고 나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몇 년을 살면서 알아낼 만한 정보를 그녀를 통해서 단번에 알게 되어 기대 이상의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 다음날 리스트에 안내되어 있는 치과를 찾아가서 만족할 만한 치료를 받았다. ‘실비아나’의 친절함으로 인해 마음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며칠 후에 그녀 부부를 우리 집에 초대하여 한식으로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마침 그녀는 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동양화를 배우고 있었기에 한국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끔 전시회를 함께 가기도 했다. 외국에서 만난 우연한 인연이 친구로 발전하여 우리는 가끔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나는 그녀에게 이태리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뜻밖에 아직도 자신은 만족할 만한 식당을 찾지 못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의 어머니는 이탈리안이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정통 이태리 요리에 길들여져 있었어. 그래서 그런지 기대수준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이태리음식은 집에서 주로 내가 요리하곤 하지.” 나는 그녀에게 제안했다. “그럼 네가 나에게 정통 이태리 요리를 가르쳐 주면 어떨까? 만약 가능하다면 같이 배울 만한 한국인들을 모아볼게.” 그녀는 흔쾌히 “오케이!” 하고 대답했다.

같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알게 된 후배 또래의 젊은 한국여성에게 제안을 해보았더니, 국제학교 학부모들을 통해서 신청자를 받아 수월하게 한 팀이 구성되었다. 우리는 매주 ‘실비아나’의 집에서 배우는 요리실습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센스있는 ‘실비아나’에게 정통 이태리음식과 함께 테이블세팅까지 배울 수 있었다. 요리 실습을 마치고 난 후에는 화려한 테이블크로스 위에 은촛대의 불을 밝히고, 꽃향기 나는 식탁에서 앉아서 칸소네를 틀어 놓고 우리가 만든 이태리요리를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서로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싱가포르를 떠나 고향인 스위스에서 살고 있고, 나도 호주로 이주를 해서 살고 있지만 지금도 가끔 페이스북을 통해서 서로 근황을 주고받는다. 그녀의 작은 친절로 이어진 우리의 우정은 지금도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되어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TIP 5

1. 작은 친절함이라도 누군가에게 베풀 때 우리가 얻는 기쁨은 결코 작지 않다.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은 친절을 베풀 것인가?

2. 학연, 지연에만 매이지 않고 어떻게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3.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 협력하여 Win-Win 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자.

4. 특히 낯선 외국에서 다른 나라 출신의 친구를 사귀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5. EQ(감성지능)를 높이기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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