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철 베트남 야구감독의 ‘우승 너머’의 꿈 “속도보다 기본을 전수하겠다”

박효철 감독(왼쪽)과 필자 이만수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오른쪽은 이장형 베트남야구지원단장

박효철 베트남 야구감독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베트남 지도자 파견을 승인받고 13일 하노이에서 베트남 야구선수들과 첫 훈련에 들어갔다.

KBSA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의 지원을 통해 베트남 야구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나갈 것이다. 출범 초 정부 차원에서 운영 예산을 받지 못하는 베트남야구협회(VBSF)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KBSA의 야구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은 베트남 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KBSA의 파견승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요즘 오랜 시간을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베트남에 입국해서 낯선 환경과 기후,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박효철 감독은 매일 매일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비교해 야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베트남에서 야구 훈련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아마추어 야구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다시 미국에서 야구 클럽팀을 맡아 야구를 가르쳤다. 그의 앞에 등장한 새로운 도전 베트남 야구는 끌림이 아니라 운명처럼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내가 보아온 박효철은 야구와 사람을 늘 진심으로 대하며, 물질적인 것을 쫓아가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 아마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베트남 야구와 그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되었다.

박효철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그는 1990년 빙그레이글스(현 한화이글스)에 입단했으나 부상으로 이듬해 현역생활을 접었다. 짧은 프로선수 생활 이후 그는 둔촌초(1998~2002년), 송호대(2002~2005년), 부천고(2005~2007년), 한국방송통신대(2008~2009년) 등 학원야구 감독으로 활동했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야구 유학을 떠나 얼바인 돌핀스 클럽 등 미국 아마 야구팀을 지도했다.

박 감독과 이야기 나누면서 의외로 그의 꿈이 소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줄곧 야구를 통한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 스포츠 교류라는 국가적 차원의 대의나 거창함보다는 베트남에 야구를 전파하고 베트남 국민들이 야구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수많은 우여곡절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이미 야구 본토 미국에서 10년 넘게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그였다.

박 감독은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야구인과 비교해 풍부한 해외 지도경험과 굳건한 야구철학을 가진 훌륭한 지도자다. 베트남에서의 첫 여정을 시작한 박효철 감독이 베트남 야구선수들에게 했던 첫번째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야구는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기본기와 희생정신이 가장 중요한 운동이다.” 그리고 그는 “베트남에 한국 야구 문화를 보급하면서 유소년-학원-국가대표의 단계로 선수들을 육성해 나가는 토대를 만드는 데 최대한 집중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철 감독은 “기본기가 잘 잡힌다면 그땐 당당히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속도보다 기본을 중시하면서 야구를 전수하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마음에는 항상 베트남 선수들이 있다. 늘 선수 한명 한명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앞으로 베트남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성장하고 그들의 인생이 풍요롭게 변화되는 것을 늘 바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베트남 야구의 기술과 전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야구의 매력과 의미를 느끼고 야구를 통해 그들의 인생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지금 당장 박효철 감독은 “베트남 국가대표를 통한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베트남에서 야구가 활성화되어 많은 베트남 국민이 야구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이다. 앞서 이야기한 시스템이 갖춰지면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한다.

풍부한 야구 지도자 경험을 통해 야구의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야구 가르치기를 사명으로 생각하는 박효철 감독이 앞으로 베트남에 야구를 전파하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와 더불어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들이 있기에 베트남 야구는 향후 10년 안에 동남아시아의 맹주로 자 잡을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이제 베트남 야구는 출발선에 서 있다.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고 극복해야 되는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는 권위와 안위를 내려놓고 현장 속으로 내딛기를 자청한다. 직접 학교를 찾아가 야구를 가르치고 동아리 팀들을 찾아가고 유망 선수들을 발굴할 것이다. 많은 베트남 학교에 야구부를 창단하기 위해, 30년 전 야구 가르치기를 시작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제 그의 손끝을 통해 베트남 야구는 새로운 도약을 꿈꿀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박효철 감독의 새로운 비상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보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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