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철 베트남 야구대표팀 감독의 ‘꿈과 도전’
[아시아엔=이장형 베트남야구협회 지원단장] 필자는 베트남에 머물면서 연이은 한국의 비 피해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움과 걱정이 많이 앞선다. 하루빨리 수해를 입은 분들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노이도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도로가 침수되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베트남에 들어온 박효철 감독은 요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입국하기까지 뭐 하나 쉽게 진행된 것이 없다.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까지도 있었다.
한국에서 화려했던 경력의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뒤로하고 선택한 미국행.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야구를 가르치며 뭔가 2% 부족했던 갈증을 느끼던 그의 앞에 나타난 새로운 도전 베트남 야구.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사람과 야구 코칭에 진심을 쏟고 있다. 물질적인 것을 쫓아가지 않는 그의 성품과 베트남 야구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이제 박효철 감독은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그 비상의 첫 과업은 베트남 학생을 위한 야구 훈련 지도이다. 이 첫 과업을 위해 베트남야구협회 쩐득판 회장과 함께 비가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 베트남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 위한 훈련 장소 답사에 나섰다.
다양한 종목의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가 훈련하는 베트남 선수촌 내에 축구장을 토요일과 일요일 사용하기로 했다. 쩐득판 회장은 선수촌장과 만나 베트남 야구 훈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바로 미딩 스포츠 타운 내 축구장을 방문했다. 야간 조명시설이 있는 곳이라서 평일 저녁에 훈련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을 고려하여 접근성이 좋은 장소이다.
LG전자가 첫걸음을 떼는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1년 동안 평일과 주말에 훈련을 할 수 있는 2개 구장 대여비를 후원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적극적으로 한국야구가 베트남 야구와 동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은 남성우 LG전자 법인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호찌민에서 개최된 내셔널 야구클럽 챔피언십 대회를 직접 참관하고 온 박효철 감독은 베트남 야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중에서도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채 야구를 함으로써 갖게 된 나쁜 습관과 동작에 대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래서 이제 야구를 시작하거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등학교 야구팀들을 위주로 중학생, 대학생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서 미래의 국가대표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이 훈련의 목표이다.
베트남 야구의 발전 방향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오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양성해서 국제대회의 성적만을 생각한다면 베트남 야구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다. 베트남 야구는 학교(뿌리), 사회(줄기), 국가대표(열매)를 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
학교체육에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서 야구를 지도하고, 야구부를 창단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후 학교를 졸업한 선수들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가 한국처럼 활성화되고 각종 대회가 개최되어야 한다. 이후 이러한 선수 중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박효철 감독의 생각은 베트남 국가대표를 통한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베트남에서 야구가 활성화되어 많은 베트남 국민이 야구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이다. 앞서 이야기한 시스템이 갖춰지면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장 내년 2월 개최되는 ‘DGB 동남아시아 5개국 야구대회’에 베트남 야구도 최초로 정식 야구 국가대표팀을 창단해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 대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박효철 감독은 이 대회를 통해 베트남 야구 선수들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앞으로 야구의 재미를 알고 스스로 기본기의 중요성을 알기를 원한다.
나아가 야구가 몇몇 좋은 기량 갖춘 선수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팀웍을 갖춘 짜임새 있는 원팀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야구 가르치기를 ‘기의 차원’이 아닌 ‘도의 차원’으로 생각하는 그는 반드시 베트남 야구를 동남아시아에서 주목할 만한 팀으로 성장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