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서거 중국·홍콩 반응
중국 바이두의 최근 상위 검색어 10개 중 여왕 서거가 절반을 넘곤 했다. 그야말로 중국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여왕은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주석들을 만났다. 주룽지, 원자바오, 리커창 총리 등 2인자도 만나 친분을 쌓았다.
2015년 시진핑의 영국 방문 이후에는 대면 교류가 없었다. 영국과 중국, 양국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바로 그때부터.
여왕은 재임 중 1986년 한 차례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 양국 공동선언으로 홍콩 반환 문제가 일단락된 직후다. 리셴녠(李先念) 초청으로 중국을 찾은 여왕은 베이징, 상하이, 시안, 쿤밍, 광저우를 들렀다. 동행한 남편 필립공과 만리장성에도 올랐다.
영국 역대 군주들 중 중국을 방문한 단 한사람이다. 댜오위다이(釣魚臺)에서 당시 실세 덩샤오핑도 만났다. “한 중국 노인의 당신에 대한 환영과 존경을 받아주세요!”(인민일보)
덩샤오핑은 1904년생으로 여왕보다 24살 위다. 여왕은 영국이 홍콩을 통치한 1975년과 1986년 2차례 홍콩을 갔다. 2015년에는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영국을 방문했다.
그때 여왕을 만나 건배를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국 지도부가 여왕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였다. 시진핑은 작년 4월 필립공이 서거했을 때 위로전문을 보낸 바 있다.
지난 2월 6일 재임 70주년 축전, 그 직후인 22일 코로나 감염 때도 위로전문을 보냈다.
여왕 뒷담화를 보면 시진핑을 좋아한 것 같진 않다. “그런 사람들 정말 짜증나!(very irritating!)” 엘리자베스 여왕의 뒷말이 마이크를 통해 생중계됐다. ‘화나게 한 사람들은 누구?’ 세계가 귀를 쫑긋 세웠다. 작년 10월 14일 더 타임스, 스카이뉴스의 보도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전날 찰스 왕세자 부부와 함께 웨일스 의회를 방문했다. 여왕은 이 자리에서 엘린 존스 의장과 커밀라 왕세자비와 사담을 나눴다. ‘아직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에 올 지도자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다니. 우린 누가 오지 않는지만 알고 있다. 그들이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걸 볼 때 매우 짜증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존스 의장은 “정확히, 이젠 행동을 할 때”라며 “오늘 아침 손자(윌리엄 왕세손)께서도 ‘우주에서 정착지를 찾지 말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화답했다.
윌리엄은 BBC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두뇌와 정신을 갖춘 이들이 (우주에서) 다음 정착지를 찾지 말고 지구 복구에 전념하자”라고 촉구했다.
전날 영화 <스타트렉> 배우 윌리엄 샤트너가 미국 기업 블루오리진(제프 베이조스 설립)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다녀왔던 걸 빗댄 것이다. 당시 전세계 신문 방송이 뜨겁게 보도해 지구촌을 후끈 달군 빅 뉴스였다.
윌리엄이 “기후변화 총회에서 똑똑한 말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실천과 행동에 나설 때”라고 꼬집은 거다. 더 타임스는 “왕세손에 이어 여왕도 기후위기 대처에 굼뜬 세계 지도자들을 비판한 셈”이라고 전했다.
여왕은 영국 글래스고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지 않은 세계 지도자들을 겨냥했다. 그들을 타깃으로 ‘들리는 뒷담화’를 했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한 술 더 떠 시진핑을 확인 사살까지 했다. “시진핑은 COP26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영국에 통보했다고 별도 기사를 내기도 했다.
중국이 기후위기 대응에 발을 빼는 바람에 목표(지구온도 상승 1.5도 이내)를 지킬 수 없다는 우려였다. 2016년 90세 생일 때, 여왕의 중국 뒷담화도 눈길을 끈 바 있다.
“(시진핑과 동행한 자들이) 주중 대사에게 놀랄 만큼 무례하게…”
홍콩에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홍콩은 1841년부터 1997년까지 156년간 영국령이었다. 여왕의 마지막 방문은 1997년 6월 30일 홍콩 반환식 때다. 영국령을 그리워하는 홍콩인은 SNS에 조의를 표했다.
“할머니는 ‘보스 레이디'(Boss lady)에 대해 여러 번 말씀하셨고, 여왕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여왕이 가족처럼 느껴졌다. 내 가족이 세상을 떠난 것 같다.”(페북, 추모객)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평생 헌신해 주셔서 감사하다.”(페북, 그룹 러미니센스) 이 메시지에는 4000여개의 ‘좋아요’가 달렸다고 한다.
두 차례 홍콩 주민들의 대규모 영국 이주가 있었다. 주권 반환과 최근 2년간 중국의 홍콩 탄압 때였다. 영국 이주 홍콩인도 여왕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언제나 최고의 존경을 받았다…그를 그리워할 것”(유명 IT유튜버) “홍콩을 아름답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유명 만화가)
홍콩이 영국령이었을 때 이들은 영국의 통치에 반대했다. 중국 충성파도 그랬고, 홍콩 민주파도 영국에 항의했다. 하지만 홍콩 민주파는 영국령 때가 나았다고 후회한다.
일부는 “영국령!”을 외치며 유니온 잭을 들고 시위한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도입해 외세 결탁을 처벌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애도하는 행위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 AFP가 그렇게 보도했다.
보안법 위반으로 경찰 수배 중인 홍콩 민주파 정치인 네이선 로는 말했다. “여왕이 홍콩인들의 마음에 특별하게 자리잡고 있다…수백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