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코드] 지도자 없는 수륙전

조진수륙전사장(條陳水陸戰事狀), 1593. 9. 10) 중에서

삼가 품의드릴 일로 아뢰나이다. 바다와 육지에서 적을 방비하는 계책에는 각각 어렵고 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사람들은 모두 바다 싸움은 어렵고 육지 싸움은 쉽다고들 생각하여수군 장수들이 모두 다 육전(陸戰)으로 나가고 연해 지방의 군사들 또한 육전으로 나가고 있으나, 수군의 장수로서는 감히 이를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중략)

우리나라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겁쟁이고 용감한 자는 열에 한둘 밖에 없습니다. 평상시에는 분간되지 않고 서로 섞여 있지만, 일단 무슨 소문만 들리면 그저도망갈 생각만 하고 놀라서 허둥지둥하다가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다투어 달아나는데, 비록 그 가운데 용감한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어떻게 시퍼런 칼날을 무릅쓰고 죽음을 각 오하고 돌진하여 싸울 수 있겠습니까? 만일 정선된 군졸들을 용감하고 지혜로운 장수들에게 맡겨서 정세에 따라 잘 지도하였더라면 오늘날의 사변이 이런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략)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에서 발췌

이순신 장군은 1593년 8월 15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받고 그해 9월 10일 선조 임금에게 ‘조진수륙전사장’ 장계를 올립니다. 보고서 내용중에 장군께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평가한 부분이 조금 놀랍습니다. 조정의 윗분들 들으라고 한 말인지, 아니면 조선 수군과 피난 중인 백성들을보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무슨 일을 당해야 정신을 차리고 수습하기 위해 법석을 떱니다. 미리 준비하고 훈련하고 실천하면 방지할 수 있는 일을 사고가 터지면 그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되풀이합니다. 미래를 준비 하는자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CEO가 되어야 기업의 꿈을 이룰 수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난중일기》 중에서

1597년 4월 13일 계해. 맑다. 일찍 식사 후에 어머님을 마중하려고 바닷가로나갔다. 도중에 홍찰방 집에 들러 잠깐 이야기하는 동안 아들 울이 종 애수를 보냈을 때에는 아직 배가 오는 소식이 없다고 했다. 또한 황천상이 술병을 들고변흥백의 집에 왔다는 말을 듣고 나는 홍찰방과 작별하고 흥백의 집에 이르렀다, 얼마 후 종 순화가 어머니가 타고 계신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訃告)를전했다. 밖으로 뛰쳐나가 가슴을 치고 펄쩍펄쩍 뛰며 슬퍼하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였다. 바로 해암(게바위)으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어머니가 타고계신 배를 먼발치 길에서 바라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이루 다 적을 수가없다. 뒷날에 적었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에서 발췌

장군의 어머니가 아들 이순신과 헤어지면서 “잘 가거라,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고 당부한 가르침은 바로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족 윤리의 핵심인 효(孝)와국가 공동체 윤리의 핵심인 충(忠)을 어떻게 조화시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버이에게 진정으로 효도할 수 있는 자만이 임금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할 수 있다는 유교의 도덕 이론은 위대한 수군 장수, 민족의 성웅인 이순신을 통해 그 진가가 확인되었던 것이다.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임을 이순신은 그의 전 생애를통해 보여준다. – 임원빈, 《이순신 승리의 리더십》에서 발췌

이 세상 어느 자식인들 어머님의 부고 앞에 의연할 수 있겠습니까? 가슴을 치며 슬퍼하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을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도 성웅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범인입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가슴을 치고 뛰며 슬퍼한다고 난중일기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백의종군길에 당한 어머님의 죽음이라 장례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었던 아들이었습니다. 삶의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충과 효가 무참히 무너져내려 더욱큰 충격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슬픔과 좌절을 가슴에 묻고 명량대첩을 치르고 노량해전을 치렀습니다. 실로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극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순신 리더십은 위기의 중소기업 CEO들이 반드시 섭렵해야 할 코드입니다.

특히 충효의 윤리는 기업경영에 있어 대단히 중요합니다. 부모님을 공경하는 분위기는 나아가 고객들을 섬기는 근본이 됩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신세대들에게도 효는 시대와 기술을 초월한 백행의 근본임을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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