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코드] 어찌 가만히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린다는 말인가

명실록(明實錄, 1592. 7. 1.) 중에서

명나라 병부(兵部)에서 건의하였다.

“명나라 요동 순무(巡撫) 학걸이 공문을 보내왔는데 ‘왜적이 대동강을 건너오자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곧바로 달아나버렸습니다. 군대가 패하여 조선 국왕이 요동으로 들어오려 할까봐 걱정입니다. 이를 거절하자니 우리가 어질지 못한 것같고, 이를 받아들이자니 어디에다 데려다 놓아야 할지 난감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에게 험한 요해지에 의거하여 천병(天兵 : 명나라 군사)을 기다리면서 전국의 근왕병을 불러 모아 나라를 회복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명나라 황제가 지시하기를, “왜적이 조선을 함락시키자 조선 국왕이 달아났다니 참으로 불쌍하구나. 조선에 구원병을 이미 보냈으니 그 나라 대신들에게 병사들을 모아 굳게 지키고 험준한 곳에 의거하여 나라를 도로 찾으려 애쓰라고 타일러라. 어찌 가만히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린다는 말인가. 나머지는 참작하여 의논하여 보고하라”고 하였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에서 발췌

420여 년 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명나라가 조선에 대해 기록한 《명실록》을 보니 안타까움을 넘어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라를 지켜야 할 직무를 가진 국왕과 대신이 먼저 도망가는 것도 모자라 명나라 변방 요동으로 망명을 서둘렀다고 하니 부끄러움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온 백성들이 가만히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를 지켰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바다 저 먼 곳을 응시하며 적 선단이 나타나기 무섭게 북을치고 대포를 쏘며 적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 그들에 의해 국력이 회복되고 이 나라 강산에 다시 생기가 돌게 되었습니다.

CEO들은 경영의 급박한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그때 순간적으로 감정적 결정을 하는 것이옳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잘 안 됩니다. 긴급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빨리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결정을 한 후 거의 대부분은 나중에 ‘아! 그때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하고 후회합니다.

평소에 공부하여 전문지식을 쌓아 놓지 않으면, 언제나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훈련해놓지 않으면 지혜롭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순발력 있게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의사결정의 실패를 경험, 체득한 바에 의하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전쟁 중에도《손자병법》을 늘 곁에 두고 공부한 이순신 장군처럼 우리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봅시다.

전쟁 중에도 경제를 일으킨 CEO 이순신

청령유민입점돌산도경종장(1593. 1. 26) 중에서

삼가 상의드릴 일로 아뢰나이다.

영남의 피난민들로 본영 경내에 들어와 사는 자들이 200여 호나 되는데 모두임시로 거접(居接)시키기는 했으나 겨울을 나기 어렵고, 당장 이들을 구제할 물자들은 백방으로 생각해보아도 얻을 계책이 서지 않습니다. 물자를 백방으로 구해보았지만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난리를 평정한 뒤에는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된다고 하나 당장 눈앞에서 굶어 죽어가는 참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습니다.? (중략) 지금은 국사가 어렵고 위태로우며 백성도 살 곳이 없으므로 설사 의지할 데 없는 백성들을 들여보내 농사짓게 하더라도 말 기르는 데 해를 끼칠 일은 별로 없을 터이오니 말도 먹이고 백성도 구제하여 둘 다 편의케 하기를 바라옵니다.?-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에서 발췌

이순신은 적과 싸우기에 앞서 조선이 살아남을 방책부터 건설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정부의 지원을 못 받은 고단한 군대가 7년 전쟁 당시의 조선 수군이었다. 그런데도 적과 싸워 늘 이겼으니 이순신의 위대함은 이런 데서도 빛난다.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버려졌던 섬과 해변 지대에 수많은 백성들이 먹고살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구축한 이순신이야말로 중세의무인이라기보다는 현대의 CEO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최선의 대안을 찾았으며 끝내는 활로를 열었다. – 장한식, 《이순신 수국 프로젝트》에서 발췌

난중일기에 보면 칡을 캐고 띠풀을 베러 간다든지, 사슴과 노루를 사냥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또한 둔전을 개간하여 피난민들을 섬에 들여보내 살 수 있도록 하는 장계를 보면 조선의 그 누구보다도 이순신 장군은 경제의 중요성을 이해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실 군량미 부족은 왜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었으므로 버려진 땅을 일구어 백성과 군사를 먹이는 경제 전쟁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미래를 위하여 신기술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장기적인(Long Term) 비즈니스도 있고, 매일 매일의 운영을 위하여 현금(Cash Cow)이 되는 비즈니스를 확실하게 확보해놓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CEO는 전쟁에서도 이겨야겠지만 전장에서도 이겨야 하는, 두 가지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여기에서 장·단기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원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모으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목표와 목적은 CEO의 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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