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코드] “준비 없는 승리는 없다”

전승(戰勝)에 대한 이중적 인사정책

《선조실록》(1597. 10. 20[丁丑])중에서

임금이 양 경리(楊鎬)를 접견하였다.

선조 : 흉악한 적들이 조금 물러가서 종묘와 사직을 다시 모셔온 것은 사실 대인의 공로가 큽니다. 뭐라고 사례할 방도가 없으니 절을 하여 사례할 것을 청합니다.

양경리 : 아닙니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저에게 무슨 공로가 있습니까. 그런 인사는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선조 : 통제사 이순신이 약간의 적을 잡았으나 그것은 그가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큰 공로도 아니고 자랑할 것도 없는데 대인이 상으로 은과 비단을 주어 표창하였는 바, 나는 속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양경리 : 이순신은 의협심이 강한 훌륭한 사람입니다. 흩어지고 없어진 전선들을?수습하고, 좌절당하고 패배한 뒤끝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대단히 칭찬할 만하기 때문에 은과 비단을 조금 주어 나의 기쁜 마음을 표시하였을 따름입니다.

선조 : 대인께선 그렇다 하더라도 나로서는 사실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에서 발췌

사람의 마음이 옹졸해지면 바늘구멍 하나도 들어갈 틈이 없다고 하는데 일국 왕의 마음이 이렇게도 넉넉하지 못함에 한없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대화를 통하여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듭니까? 지금 우리도 선조와 같은 마음으로 부하들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뒤돌아봅니다.

양호는 ‘조선 주둔 명군 사령관’입니다. 그가 선조를 만난 것은 이순신이 12척의 군선으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무찌른 명량해전을 치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순신의 승전을 높이 평가하는 양호와 달리 조선의 국왕인 선조는 이순신의 해전 승리보다 서울을 수복해준 명나라 군의 업적을 더 귀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양호에게 맞절을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또한 선조는 명나라 중견급 장교에게도 절을 했습니다. 그와 반대로 조선의 장수들에게는 홀대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선조는 “약간의 적을 잡았으나 그것은 그가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큰 공로도 아니고 자랑할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선조와 같은 옹졸한 DNA가 우리 피 속에 흐르지 않나 한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부하나 하급자가 회사와 조직을 위해 봉사와 희생을 했지만 그가 잘 되면 나의 자리, 나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하여 그를 칭찬하기보다 비방과 비판으로 해하려 하지 않았는지 성찰해볼 일입니다. 이순신 리더십이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행해지고 있는 옹졸하고 불공평한 인사정책을 반성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라도 바른 원칙을 세우고 제대로 평가하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 나의 능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용을 베푸는 마음 또한 리더의 덕목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준비 없는 승리는 없다”···만전(萬全)의 원리

이순신이 7년간 40여 회의 해전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전쟁에서 준비 없는 승리란 없다. 이제까지 피상적으로 소개된 이순신의 승리에는 많은 극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 승리의 이면에는 언제나 피와 땀으로 점철된 철저한 전투 준비가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임원빈, 《이순신 승리의 리더십》에서 발췌?

승리한 해전처럼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준비 없는 성공은 없습니다. 어느 CEO가 아무 준비도 없이 제품을 출시하거나 서비스를 개시하겠습니까? 문제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고객을 위한 친절한 서비스까지 생각하여 시장에 내어놓았느냐는 것입니다. 한산대첩에서 학익진 전법을 준비하여 승리했고, 명량대첩에서도 죽기를 각오한 탁월한 리더십으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은 이미 전라좌수사 시절부터 거북선을 건조하여 임진왜란에 대비하는 등 철저한 준비와 대책으로 만전을 기했습니다. 우리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의 니즈(Needs)를 예측하고 분석하여 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로소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할 때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결과만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가 운용한 기동항해와 전술진형입니다. 기동항해란 크기와 속도가 다른 군선들을 일정한 속도로 지휘하여 전투 해역까지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투 해역에 도착한 선단은 그곳에서 전투 편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술이지만, 이순신은 기동항해에서 곧바로 전투체제로 전환하는 능숙함을 보입니다. 그것이 바로 첨자진에서 학익진으로의 변환입니다. 이는 적에게 방어태세를 취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천하의 이순신 장군이라고 할지라도 이와 같은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부하들과함께 피나는 반복 훈련을 거듭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경영 실적이나 영업활동은 철저한 준비, 즉 피와 땀을 흘리며 소비자의 만족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리더만이 고객과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순신의 만전(萬全)정신은 위기의 중소기업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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