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켄타우로스’①] BA.2.75 확산속도 빠르고 면역회피 능력 뛰어나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월 21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콧물과 마른기침,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열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조기 복용했으며, 백악관에서 격리 상태에서 비대면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4차례 백신을 접종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린 것은 전 세계에 코로나 재확산의 위험을 일깨우는 경고장인 셈이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51)는 지난 2020년 11월 코로나19에 걸렸으며, 지난 3월에 두번째 확진자가 되었다. 머스크는 두번째 코로나에 걸렸을 때 트위트에 “코로나는 테세우스의 바이러스”라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에 비유하면서, 코로나 변이가 계속 출현하는데 언제까지 같은 코로나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는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수많은 매체에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유형으로 변주되어 온 유명한 사고실험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영웅 테세우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배를 항구에 영구 정박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부식이 심해지면 널빤지, 돛대 등을 새것으로 갈아야 했다. 부품을 계속 교체해도 그 배를 여전히 같은 배로 볼 수 있을까? 다양한 해석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사고실험이다.
미국 서부지역 최대 비영리병원인 시더스-시나이병원(Cedars-Sinai Medical Center) 연구진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LA지역에서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을 3차(부스터샷)까지 접종 완료하고도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912명을 분석한 결과를 7월 20일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게재했다. 조사대상 912명 중 145명(15.9%)은 부스터샷을 맞고도 증세가 악화해 입원까지 한 중증환자였다. 입원한 145명 가운데 86.2%(125명)가 고혈압 환자였다.
다른 만성질환 없이 고혈압만 있는 경우 코로나 증세가 악화해 중증으로 입원할 위험이 고혈압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2.6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코로나 중증화 요인으로 꼽히는 나이는 중증 위험을 1.4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혈압이 당뇨병, 심부전 등 다른 기저질환보다도 코로나 증세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2019년 기준 1207만명이며, 그중 41%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만성질환 없이 고혈압만 있어도 코로나 중증위험이 2배 이상 크게 나빠지므로 고혈압 환자들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수칙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武漢市) 위생건강위원회가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해 격리치료 중이라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ovel Coronavirus)로 확인됐다고 밝혔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명명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2020년 1월 20일에 발생했다.
코로나19는 수많은 변이로 진화하며 끈질기게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는 불안정한 RNA 바이러스여서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많이 생긴다. 이 변이 바이러스들은 유전형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으로 분류하고 있다. 질병 등 의학용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것이 많은 것은 서양의학이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0년경)는 고대 그리스 의사였다. 전 세계 의사협회 로고에는 ‘뱀’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감긴 뱀이다. 아스클레피오스가 만났던 뱀이 물어온 풀이 죽은 뱀을 살렸다는 이야기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이 바이러스에 지역명을 붙이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해당지역에 대한 혐오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WHO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명칭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 알파벳을 차용해 발견된 순서에 따라 명명하고 있다.
즉 그리스 알파벳은 첫 글자 알파로 시작해 마지막 글자 오메가로 끝나므로 성경에 나오는 ‘알파와 오메가’는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 24자를 순차적으로 명칭이 부여되는데 오미크론은 15번째 글자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열셋째 알파벳 ‘뉴’로 불러야 하나, 발음상 ‘New’와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건너뛰었고, 열넷째 알파벳 ‘크시(xi)’는 중국의 성씨 ‘Xi(習)’과 같아 질병이름에 사용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미크론(Omicron)은 이후 바이러스의 세분화된 계통에 따라 순서대로 알파벳을 적용하고, 재조합의 경우 숫자를 통해 다르게 명명한다. 최근 유행하는 BA.5는 같은 오미크론 변이이고 BA.2와 재조합 특성이 다르다. ‘켄타우로스’ 변이 BA.2.75는 BA.2에서 재분류된, 시간적으로 나중에 발견된 변이라는 의미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특징은 BA.1은 델타 대비 전파력 2-3배, BA.2는 BA.1 대비 전파력 1.3배, BA.4와 BA.5는 BA.2보다 전파력 강하고 면역 회피, BA.2.75는 전파력이 가장 강하고 강한 면역 회피가 특징이다.
오미크론 변이 중 BA.2.75를 켄타우로스(Centaurus)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BA.2의 파생 변이인 BA.2.75는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면역 회피 능력도 뛰어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에 비유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평범한 트위트 이용자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신화 속 반인반수로 불린다는 것은 이 변이가 이전 변이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켄타우로스’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변이는 매우 많지만 발생 초기 바이러스와 영국에서 발견된 알파 변이,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오미크론(omicron)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6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풍파를 겪었으며, 최근에는 BA.5와 ‘켄타우로스’ 변이로 알려진 BA.2.75가 유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