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면역질환 ‘건선’②] 고혈압·당뇨처럼 지속적인 조절·치료를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비전염성 만성 피부질환이다. 툭하면 재발하는 만성질환이지만 관리만 꾸준히 하면 충분히 완치에 가까운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건선의 원인은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되어 그 결과 분비된 면역 물질이 피부의 각질세포를 자극하여 각질세포의 과다한 증식과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피부세포가 빠르게 자라나고 정상적인 분화에 장애가 발생되어 피부 위에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건선은 면역이 약해져서 생기는 질환이라 오해하고 있지만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면역반응이 활성화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발생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면역 관련 유전자 이상이 어느 정도 관여한다고 여긴다. 건선은 잠시 증상이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대체의학 등에 의존하게 된다면 어느 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선은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들과 같이 증상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건선 환자의 평균 유병기간을 약 9년이며, 3차 의료기관에서는 20년 이상 건선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됨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약물, 피부 자극, 건조, 상기도 염증,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경우에 따라 감기를 앓고 나서 혹은 약을 잘못 복용한 후 전신에 작은 반점이 갑자기 번지는 경우도 있다.

건선환자에게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동반질환으로 건선성 관절염(關節炎)을 꼽을 수 있다. 건선환자 중 11.2%에서 관절염을 겪으며, 이들 환자들의 70%는 유병기간이 약 1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성 관절염은 장기간 방치할수록 관절의 모양이 영구적으로 변형되거나 통증이 만성화 될 수 있다.

건선환자의 약 10% 가량은 손발바닥에 무균성 농포(고름이 동반된 물집)와 함께 붉은색 반점이 나타나는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지방간 등의 만성질환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50세 이상 남성에서 건선 유병기간이 길수록, 중증도가 심할수록 대사증후군 동반 빈도가 높아진다.

심혈관계 질환인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경우는 건선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그 발생 위험도가 상당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건선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도 동반질환 위험을 인식하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선 치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나뉘며, 크게 바르는 약, 광선 치료, 경구 약,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증상이 가벼우면 바르는 약치료를 먼저 진행하고, 효과가 없으면 광선치료를 진행한다. 광선치료는 임산부와 어린이도 치료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광선치료에도 듣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등 면역조절제를 복용하게 된다. 이런 모든 치료법이 듣지 않거나 면역조절제를 장기간 복용해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최근 10-20년 사이 건선 발병 기전이 많이 밝혀졌다. 즉 면역 단백질인 인터루킨(interleukin) 17과 인터루킨 23이 염증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이라는 것이 알려져, 이 물질을 조절하는 것이 건선 치료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인터루킨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가 좋고, 간편하다. 반면 면역조절제 복용 대비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신약이라 10-20년 이후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인터루킨(IL) 억제제 출시 이전 건선 치료의 목표는 증상이 75% 정도 호전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인터루킨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90% 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인 T세포에 영향을 주는 약물이므로 반드시 중증환자에게만 사용돼야 한다. 미국, 유럽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투여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관리하고 있다.

건선은 단순 피부질환이 아니라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전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환자들은 전신 염증으로 인해 건선성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 대사증후군 같은 2차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예전에는 건선은 난치 질환이었지만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같은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중증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관절염, 심근경색 같은 2차 질환을 막을 수 있다.

건선 관절염은 척추, 손가락, 손목, 팔꿈치, 발뒤꿈치, 무릎 등 인대(靭帶)가 닿은 자리에 잘 생긴다. 특히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는 손가락이므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잘 붓거나, 손가락에 뻐근함이 느껴지거나, 손가락 전체가 소시지처럼 부었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건선으로 손발톱 변형이 일어난 환자에서 관절염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치료하며 조절하는 질환이다. 증상이 일시 호전됐다고 해서 전문의와 상의 없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전환하면 병을 더 키워서 다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건선을 유발하는 환경 요인으로 춥고 건조한 날씨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고, 실내에서는 습도와 온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흡연과 비만도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영양 성분이 골고루 들어간 식단으로 체중조절을 하여 비만을 예방하여야 한다. 건선환자는 피부에 마찰 또는 긁어서 상처를 입는 경우 상처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부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안다. 이에 목욕 시에도 과도하게 때를 밀지 않도록 한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비전염성 만성 피부질환이다. 툭하면 재발하는 만성질환이지만 관리만 꾸준히 하면 충분히 완치에 가까운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선을 유발하는 요인을 피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한다는 것과 정신적 스트레스도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건선은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건선환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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