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와 치료제①] 먹는 치료제 머크사 ‘몰누피라비르’ 연내 승인?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방역 당국이 단계적 일상 회복(With Corona)이 시작되는 시점을 구체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즉,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11월 9일쯤 단계적 일상 회복 시작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은경 청장은 “현재 접종 예약률을 감안하면 10월 마지막 주(25-31일) 초반에 전 국민의 70% 접종 완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접종 후 항체(抗體) 형성을 통해 접종 완료가 되는 2주를 감안하면 11월 9일이 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 이후 225일이 되는 10월 8일까지 백신 접종 완료자는 누적 3032만2197명으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접종자가 계속 늘어 10월 13일 현재 전 국민 대비 60.8%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위드 코로나’를 이미 시작한 미국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56.7%이며, 영국 67.1%, 이스라엘 61.6%, 싱가포르 80.8% 등이다.
한편 코로나19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떨어지고, 백신을 맞았는데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신규 확진자의 20% 이상이 돌파감염자이며, 특히 70대 이상은 돌파감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 신규 확지자 중 돌파감염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확진자 중 돌파감염 비율은 8월 넷째 주(22-28일) 6.7%에서 9월 들어 8.6%(9월 1주), 11.8%(2주), 17.1%(3주), 20.8%(4주)로 매주 상승했다. 돌파감염 규모는 6월 116명에서 7월 1180명, 8월 2764명, 9월 6471명으로 급증했다. 돌파감염 증가 현상은 ‘접종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9월 19-25일 확진자 1만3280명 중 20.8%인 2768명이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치고 2주가 지난 ‘완전 접종자’로 확인됐다. 돌파감염 비율이 고령층에서 확연하게 높다. 9월 12-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1308명 중 1025명(78.4%), 80대 확진자 629명 중 466명(74.1%)이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고령층이 돌파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즉, 고령층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접종 효과도 젊은 층에 비해 떨어질 확률이 높다. 또한 70-80대는 접종받은지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항체 수치도 약해졌을 것이므로 ‘부스터샷’(Booster Shot) 3차 접종을 해야 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연구에 따르면 ‘돌파감염’이 됐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은 두통, 콧물, 재채기, 인후통(咽喉痛) 순이다. 이 중 재채기는 미접종자가 감염됐을 경우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기에 때문에 연구진은 백신을 맞았는데도 아무 이유 없이 재채기를 반복한다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이에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실현을 위해선 코로나19 치료제가 시급하다. 즉, 변이 바이러스 영향과 시간에 따른 백신 효능 감소와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치료제는 방역전략 전환의 전제조건일 정도로 중요하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치료제 개발은 미국 제약사 머크와 화이자, 스위스 로슈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머크(Merck Sharp & Dohme, MSD)는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를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근육 주사 형태로 중증 환자 치료용이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 제약사가 2013-2016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Ebola) 유행 당시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다. 그러나 에볼라 치료에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여 개발이 중단되었으나,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회복 기간을 줄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5월 1일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10월 22일 정식 사용 승인을 내렸다.
머크측은 3차 임상시험에서 ‘몰누피라비르’가 50% 수준의 입원 예방률과 사망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지난 10월 1일 발표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 대유행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즉, ‘먹는 치료제’는 코로나19 환자를 외래(外來)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게임 체이저가 될 것이다.
머크사 발표에 따르면, 감염 5일 이내 코로나 환자 775명 중 절반은 위약(僞藥)을, 절반은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결과 몰누피라비르 복용자의 입원율은 7.3%인 반면 위약 복용자는 14.1%가 입원 치료를 받아 입원 예방률이 약 50% 수준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나는데,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겨냥해 설계돼 변이에 따라 효과도 달라진다. 하지만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의 중합효소(重合酵素, polymerase)를 표적으로 삼는다. 중합효소는 코로나19의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다. 몰누피라비르는 이 효소에 오류를 유도해 복제를 못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몰누피라비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투여하면 가장 효과적이다.
몰누피라비르가 2009년 유행성독감(influenza) 유행 당시 해결사 역할을 했던 스위스 로슈(Roche)제약회사의 타미플루(Tamiflu)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몰누피라비르의 출시가격은 1명분에 약 700-800달러(약 83만-95만원)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의 1명분 가격은 약 17달러였다.
머크는 “연말까지 몰누피라비르를 1000만명분가량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정부는 이미 170만명분의 몰누피라비르를 선구매(先購買)했다.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10월 1일 “FDA가 가능한 한 빨리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중간 임상 결과를 머크사로부터 통보받았고, 긍정적인 결과로 본다”며 “현재 선구매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올해와 내년 치료제 구매 예산으로 363억원을 책정했으며, 몰누피라비르 약 4만명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