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무용론·음모론’ 美 방송인들, 코로나로 잇단 사망

코로나 백신 무용론 펼치던 미 방송인 필 밸런타인. 테네시주 내슈빌의 라디오방송국 토크쇼 진행자인 그는 코로나 감염병으로 7월 28일 사망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백신 무용론 또는 음모론을 퍼뜨리던 미국 보수 채널 진행자들이 연달아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라디오방송국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던 필 밸런타인이 61세로 사망했으며, 테네시주의 기독교 라디오방송 진행자 지미 드영도 코로나에 감염돼 81세에 숨졌다.

밸런타인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백신접종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의료 종사자들이 착용하는 ‘예방접종 완료 배지’가 독일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착용하도록 강요받은 배지와 같다고 조롱했고, 백신 효능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밸런타인은 지난 7월 23일 코로나 중증환자로 분류돼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5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가 사망했다.

드영은 지난 2월 “화이자 백신이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고 정부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러스와 백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백신이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며 “백신을 거부하라”고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말했다.

플로리다에서 극우성향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던 딕 패럴도 코로나 합병증으로 8월 4일 사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백신반대론자인 그는 지난 7월 초에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마스크, 바이러스의 발원, 사망자 수에 대해 줄곧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강요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린 뒤인 7월 말에는 친구들에게 “백신접종을 받으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한편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둘러싼 직장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배 이상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내에선 백신 접종 여부를 근로자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사무실 정상화’를 위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사무실 출근을 허용하지 않거나, 심지어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회사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근로자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당근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 엠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지난 7월 12일 백신을 접종받지 않을 경우 식당, 대중교통, 극장 등을 이용할 수 없다고 발표한 이후 접종 속도가 빨라지더니 7월 말에는 미국과 독일을 추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무 접종 반대시위를 무릅쓰고 ‘백신 의무화’ 승부수를 띄웠으며, 지지율도 한달 새 41%로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 샷, booster shot) 간격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8개월 후에 부스터샷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것을 5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면역 저하 환자와 고령자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 신규 발생하는 코로나 환자의 98.8%는 델타 변이 감염자이며, 우리나라도 94.5%에 달한다.

미국에서 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환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남동부 지역 병원들이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심각한 의료위기를 맞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 등이 8월 29일 보도했다. 코로나 환자는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을 겪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100% 순수 산소를 흡입해야 한다.

산소 탱크는 90% 가량 채우고 30-40% 남았을 때 보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남동부 일대 병원 산소탱크는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대부분 10-20% 미만인 상황이며 탱크를 다시 채우는 경우에도 산소량을 절반 이상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정화하는 데 쓰이는 액화 산소를 병원에 공급하기 위하여 차아염소산 나트륨(sodium hypochlorite, 락스 성분)을 사용해 물을 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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