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켄타우로스’②] “‘재감염이 뉴노멀’인 시대 진입”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7월 22일 발표에 따르면, 하위 변이 BA.5보다 확산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진 BA.2.75에 감염된 환자(인천 거주 50대, 3차접종 완료)가 추가로 확인되어 국내 BA.2.75 확진자는 3명으로 늘었다. 이들 확진자 3명이 서로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지역사회에 전파돼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A.2.75는 올해 5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5세 이상 1만명 표본을 대상으로 코로나 항체 양성률을 조사해 그 결과를 9월 초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로 기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 규모를 찾아내 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 감염자가 장기간 겪는 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 실태 파악을 위해 다음 달부터 대규모 조사 연구를 실시한다.
방역당국은 국내에 도입돼 사용 중인 치료제와 주사제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에도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권중욱 방대본 제2본부장은 “BA.5, BA.4, BA.2.3, BA.2.12.1 등 4종에 대한 먹는 치료제 팍스로미드(Paxlovid, Pfizer)와 라게브리오(Lagevrio, Merck) 그리고 주사제 렘데시비르(Remdesivir, Gilead) 효능을 평가한 결과, 모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능이 유지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7월 21일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1170명으로 누적 확진자가 1900만명을 넘어 국내 인구의 36.8%다. 확진자는 지난 7월 19일부터 사흘째 7만명대를 이어갔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17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2만4794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공개한 ‘코로나 재감염 추정 사례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7월 3일까지 누적 확진자 중 0.406%인 7만3821명이 코로나19에 두번 이상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98명(전체의 0.1%)은 3번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후 초기에는 인구 집단의 일정 비율이 백신을 맞거나 자연감염으로 항체를 가지면 더 이상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코로나19 집단면역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렸다. 홍콩대 연구진이 “건강한 30대 남성이 코로나19 첫 감염 후 4개월 반만에 다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재감염’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했다.
미국, 영국 등은 지역에 따라 신규 확진자 중 10-20%가 재감염자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중순 국내 재감염자 수가 2만6239명으로 전체 확진자 중 0.284%에 지나지 않았는데 석달 만에 재감염자 규모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간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 비율도 높아져 6월 첫째 주 1.22%에서 6월 다섯째 주에는 2.87%를 기록해 4주 만에 2.35배로 증가했다. 이는 백신 효력과 자연 면역이 떨어진 것과 맞물려 있다.
또한 국내 감염자 중 70% 이상인 1400만명이 지난 3-4월에 걸렸으므로 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다가와 8월이면 재감염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백신이나 자연감염으로 생긴 항체의 감염 예방 효과는 접종이나 확진 후 서서히 떨어져 3-4개월이면 절반쯤으로 줄어들고 이후에도 서서히 떨어진다.
국내 재감염자 중 청소년과 어린이(0-17세)가 33.2%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18-29세가 19.2%, 30-39세 14.0% 등이다. 전문가들은 30대 이하 젊은층이 재감염자의 66.4%를 차지하는 이유는 이들이 활동성도 높지만 11세 이하는 백신을 맞지 않는 등 접종률이 낮은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항체가 없거나 약한 사람을 찾아간다.
2005년 설립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Mathematical Sciences) 등이 후원하는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재생산지수가 30% 증가할 경우 하루 확진자 수는 7월 27일 8만1267명, 8월 10일엔 28만8546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오미크론 대비 감염 전파력이 강한 BA.5 국내 검출률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나타난 BA.2.75는 확진자 증가세가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이번 유행은 지난 2-3월의 확진자 60만명까지는 안 갈 것”이라며 “최대 20만-30만명 정도 될 것이며, 내년 봄 또 유행하게 되면 10만-20만명 생기면서 점진적으로 봉우리가 낮아져 엔데믹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반면 고려대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는 “바이러스는 6개월마다 변이를 통해 생존을 꾀하고, 인류는 그에 맞서 백신과 치료제를 생성해냈지만 아직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가는 도상에 있는 것일 뿐 엔데믹이 내년에 올지, 오기나 할지 확신은 없다”고 했다.
코로나19는 변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플렌자(독감)처럼 재감염이 뉴노멀(new normal)인 시대로 진입했다. 코로나 재유행이 방역당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중증화와 사망위험을 낮추므로 60세 이상 고령층은 접종받는 것이 좋다. 또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환기,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자발적으로 철저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