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파노라마①] 역대 대통령 별칭, 어떤 게 있었나?
‘굥’, 굥의 뜻 은 윤석열 대통령의 성인 ‘윤’을 거꾸로 돌려서 쓴 것인데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부르기 싫은 시민들이 이름은 물론 성조차 부르기 싫어서 ‘굥’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전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니’라는 불렸는데, 주로 지지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애칭이었습니다. 취임 초에는 ‘이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이니 굿즈’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 간담회에서 마신 수제맥주, 간담회 참석 기업이 생산한 라면, 참석자가 언급한 빵의 매출이 늘어나는 현상을 표현한 겁니다.
화제가 되다 보니 ‘이니 굿즈’를 청와대 기념품으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많이 세웠던 이언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세금으로 대통령 기념품을 만들어 막 돌리는 건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권심판론보다는 낮았지만 ‘이니’ 열풍이 퇴임 때까지 높은 지지율을 떠받친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대통령을 시민이나 언론에서 부르는 별칭은 시대에 따라 또 대통령에 따라 달랐습니다. 해방 직후에는 ‘박사’라는 호칭이 존경의 뜻으로 많이 애용됐습니다. 박사가 드물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박사라는 호칭으로 불렸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초대대통령 이승만 박사, 야당 대통령후보였던 조병옥 박사, 제2공화국 총리 장면 박사 등입니다.
또 당시에는 해공(신익희) 창랑(장택상) 철기(이범석) 등 ‘아호’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승만(우남) 조병옥(유석) 장면(운석) 등은 존경의 의미가 담긴 ‘박사‘라는 애칭이 더 널리 불리었고, 아호로 부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특별한 별칭이 없었고 반독재민주화운동세력이 ’박통‘이라 부르곤 했는데 비아냥성 별칭이었습니다.
‘박통’ 시대의 정치인들은 주로 영문 이니셜로 불렸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YS, 김대중 대통령은 DJ, 김종필 총리는 JP로 불렸습니다. ‘거산’ ‘후광’ ‘운정’이라는 아호는 널리 불리지 않았습니다. 독재정부의 탄압을 가장 많이 받았고 목숨을 위협받기도 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금기시돼 지지자들은 ‘다이쪼’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을 대표하는 별명은 ‘29만원’입니다.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본인의 말에서 유래한 별명인데 대통령 퇴임 이후 나온 별칭입니다. 재임 중에는 주로 ‘전통’으로 불렸고 ‘대머리’ ‘살인마’ ‘학살자’ 등의 별칭도 있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우유부단하다는 의미가 담긴 ‘물태우’ ‘물대통령’ 등으로 불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대표별명은 ‘바보’입니다. 노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다는 ‘바보’라는 별명에는 지지자들의 애정과 지지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지역주의를 무너뜨리고자 현역이던 서울 종로를 포기하고 떨어지면서도 계속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 대통령에게 감동한 시민들이 붙여준 겁니다. 반대파들은 부정적 의미를 담아 ‘놈현’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별칭은 영문 이니셜인 MB였습니다. MB는 중립적인 별칭이지만 여기에 성을 숫자로 바꿔 붙인 ‘2MB’는 부정적 이미지였습니다. 두뇌 용량이 2메가바이트 밖에 안 되는 멍청이라는 의미로 쓰였던 겁니다. ‘쥐박이’라는 별칭도 있었는데, 외모를 폄하한 것이기도 하지만 각종 비리와 연관시켜 도둑이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자들은 ‘공주’라 불렀지만 ‘수첩공주’ ‘닭그네’ 등 부정적 별칭이 더 많았습니다. 윤보선·최규하 두 대통령은 재임기간이 짧았던 탓에 특별한 별칭이 없었습니다. 관료 출신 최 대통령은 업무 스타일이 깐깐해 ‘최 주사’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굥’이라고 뒤집어진 성을 바로잡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문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