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후반기 국회의장①] 원내 제1당·최다선, 관례·전통 존중을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2위로, 입법부의 수장 역할을 합니다. 재적 300명의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며, 말 그대로 국가의 큰 어른입니다. 국회의장은 대권 주자를 제외한다면 국회의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영예입니다. 역대 의장도 기라성같은 정치인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국회의장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입니다. 14대와 16대 국회에서 두 번 의장을 지낸 그는 소위 ‘날치기’를 가장 자제한 의장으로, 소신에 따라 여당과 정권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에는 ‘국회의장 당적 보유 금지’ 등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해 헌정 사상 첫 무당적 국회의장이 돼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비판받고 있는 지금, 제21대 후반기 국회의장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품격은 어떤 것이며 누가 적합한지 몇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박병석 국회의장 임기는 5월 29일 끝나게 됩니다. <아시아엔>은 3.9대통령선거 관련 격조 있는 정치평론에 이어 6.1지방선거 전망을 쓰고 있는 손혁재 시사비평가의 제21대 후반기 국회의장의 요건과 전망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5월 10일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됩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그 전날인 5월 9일까지입니다. 7월 1일에는 6월 1일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선출될 지방정치인들의 임기가 시작됩니다. 17개 시·도교육감의 임기도 같은 날 시작됩니다. 전임자들의 임기는 6월 30일까지입니다. 이렇게 선출직은 법으로 임기 개시일과 만료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선출직임에도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입법부의 장인 국회의장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회의장의 임기 만료일은 정해져 있지만 임기 개시일은 둘쭉날쭉입니다. 박병석 현 국회의장의 임기는 2022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후임 국회의장의 임기는 상식적으로는 다음날인 5월 30일에 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임기가 5월 30일에 개시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병석 의장도 2020년 6월 5일부터 임기가 개시됐습니다. 전임자인 문희상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은 2018년 7월 13일에 임기가 개시되었고, 정세균 전반기 국회의장은 2016년 6월 9일에 개시됐습니다.
현재 국회의원의 임기는 총선이 있는 해 5월 30일에 임기가 시작되고, 4년 뒤 5월 29일에 임기가 만료됩니다. 민주화 이후 소선거구제로 구성된 1988년 제13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 똑같습니다. 국회는 4년 임기를 전반기 2년과 후반기 2년으로 나눠 활동합니다. 전·후반기의 국회의장단을 별도로 구성합니다.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는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에 시작되어 2년 뒤 5월 29일에 끝나고 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는 그 다음날 개시되어 2년 뒤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되는 날 끝나야 합니다. 그러나 임기를 5월 30일에 개시한 국회의장은 제13대 국회 전반기 김재순, 후반기 박준규, 제19대 국회 후반기 정의화 3차례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총선거가 끝나고 새 국회의 임기가 개시되는 5월 30일에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후반기 국회의장은 2년 뒤 5월 30일이 되기 전에 선출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일이 잘 안 지켜집니다. 주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개원식도 늦춰지고, 국회의장 선출도 늦어지는 겁니다.
한일월드컵으로 온 세계의 이목이 쏠렸을 때 많은 외국 정치지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맞아들일 공식적인 국회의 대표가 없었습니다. 제16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은 2002년 5월 30일에 임기가 만료됐고, 후반기 국회의장 임기는 7월 11일 개시됐기 때문입니다. 40일이 넘도록 국회가 ‘있어도 없는’ 상태였던 겁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어느 당에서 차지하느냐를 놓고 싸우다 그렇게 됐습니다. 제21대 국회도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 만료와 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 개시 기간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립니다. 새 대통령 취임식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참석하겠지만 곧 임기가 만료됩니다.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이 늦어지면 국회가 ‘있어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정운영 기조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고, 국회가 이것들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국회의장단 구성이 늦어지면 국정운영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게 됩니다. 원 구성 협상을 지금부터 시작해 빠르게 진행하고, 여의치 않으면 국회의장단부터 구성해야 합니다.
사실 국회의장단 구성은 복잡한 일이 아닙니다.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다선 의원 가운데에서 선출하고, 부의장은 교섭단체가 두 개밖에 없으므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각각 1인씩 선출하면 됩니다. 여야가 신속하고 원만하게 후반기 원 구성에 합의해 후반기 국회의장 임기가 5월 30일에 개시되면 좋겠습니다.